삼성, 새 임원 318명 '사상최대'…R&D 인력이 30% 차지
삼성이 8일 490명에 이르는 대규모 임원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재계의 별이라 불리는 삼성 임원 수는 1800명을 넘어섰다.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무를 책임지는 '플레잉 코치'로 꼽히는 상무급 임원만도 처음으로 1300명을 돌파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조직은 젊어져야 하며 인사폭을 크게 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 현실화된 셈이다.

올해 삼성 임원 인사의 특징은 성과주의,창조성과 전문 지식을 겸비한 연구개발 인력의 약진,과감한 발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부부도 발탁인사를 통해 3세 경영의 대열에 합류했다.

◆반도체가 전체 승진의 10% 차지

삼성, 새 임원 318명 '사상최대'…R&D 인력이 30% 차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49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전체 삼성그룹 승진자의 10%에 해당하는 숫자다. 부사장으로 4명,전무로 12명이 승진했고 33명이 새롭게 임원으로 발탁됐다. 웬만한 국내 대기업의 전체 임원과 맞먹는 숫자다. 삼성은 "실적에 따른 보상이라는 원칙에 따른 승진인사"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부문은 올해 10조원이 넘는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과주의 인사의 혜택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도 적용됐다. 무선사업부는 부사장 3명,전무 9명,신임 임원 19명 등 모두 31명이 승진했다. 삼성 내에서는 "갤럭시S가 수십명을 승진시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탈락위기에 몰렸던 삼성전자를 구출한 제품이 갤럭시S 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무선사업부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전체 임원 승진자는 작년 158명에서 올해 23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도 갤럭시S의 수혜를 봤다. SMD는 올해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양산해 갤럭시S의 성공에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작년 5명에 그쳤던 승진자가 올해는 두 배인 10명으로 늘었다.

◆과감한 발탁

올해 인사에서 발탁을 통해 승진한 임원은 79명이다. 삼성에서는 승진연한 1년을 남겨두고 승진하면 발탁이라고 하고 2년 이상 남았는데 승진하면 대발탁이라는 용어를 쓴다. 발탁률은 400명이 넘는 승진인사를 했던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16.1%에 이르렀다.

대발탁의 수혜자는 작년 4명에서 올해 1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회장의 딸인 이서현 전무와 남편 김재열 전무 외에 삼성전자의 박동건 전무와 홍완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사장은 2009년 반도체사업부 메모리제조센터장으로 부임했다. 제조공정의 혁신을 통해 삼성 반도체가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갖출수 있게 만든 공로를 인정받았다. 홍 전무는 반도체 해외영업 전문가로 미국 반도체 매출을 1년 만에 두 배로 늘리는 실력을 발휘해 전무 승진 2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연구 · 개발(R&D) 인력의 승진도 눈에 띈다. 올해 신임임원 318명중 중 R&D 인력은 100명으로 전체의 31%다. 삼성은 "기술경쟁 속에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R&D 인력을 많이 승진시켰다"고 설명했다. 임원 승진자 가운데 석 · 박사 학위가 있는 사람도 126명으로 전체의 40%에 이르렀다. 30대 임원승진자 3명 중 2명이 디자인 인력으로 디자인 분야의 승진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문지식과 창조력을 겸비한 골드컬러를 미래의 경영자로 육성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