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재협상 타결로 다른 국가와 추진 중인 FTA 협상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호주와는 당장 내년 초 막바지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2004년 협상 중단을 선언한 일본은 최근 한국에 협상 재개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8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초부터 호주와 막바지 협상을 할 생각"이라며 "지금 가장 진전이 많이 된 협상이 한 · 호주 FTA"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호주가 상당히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 유럽연합(EU)FTA가 내년 7월1일 발효 예정인 가운데 한 · 미 FTA 재협상이 타결되면서 세계 10위권 경제국인 호주도 한국과의 FTA 타결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최 대표는 "호주가 협상을 원하고 있지만 현재 통상교섭본부의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협상 날짜를 구체적으로 잡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일본도 한 · 일 FTA 협상을 이른 시일 내에 재개하기를 강력하게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한국의 폭넓은 FTA 확대 전략에 자극받은 일본이 2004년 중단된 한 · 일 FTA를 다시 진행하자고 재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상이 상당히 진척됐다가 현재 소강국면을 맞은 한 · 콜롬비아 FTA와 한 · 터키 FTA 협상도 내년에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한국이 FTA를 체결했거나 발효 중인 국가는 미국 EU 아세안 인도 등 45개국이다. 이들 국가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1.0%,교역액은 세계 전체 교역의 46.2%에 달한다.

정부는 미국에 이어 EU와도 이른 시일 내에 자동차 연비 등 환경 기준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정부가 작년 7월 자동차 환경기준 강화 방침을 발표한 뒤 EU와 미국 등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 왔다"며 "미국과 협의가 종료됐으므로 EU와도 조만간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다만 EU와 협상은 FTA와 별개인 자동차 환경기준에 대한 문제일 뿐 협정문을 수정하는 협상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앞서 정부는 미국과 FTA 재협상에서 국내 판매대수 4500대 미만인 소규모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 연비 및 배출가스 기준을 정부의 기존 방침보다 19% 완화해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EU도 환경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