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 히트 제 SW디자인도 한몫했죠"
이달 초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은 이성식 삼성전자 상무(46 · 무선사업부 디자인그룹 · 사진)는 갤럭시S,갤럭시탭,웨이브(바다폰) 등 올해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디지털기기의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과 같은 제품은 겉으로 드러나는 본체의 디자인보다 안에 담겨 있는 소프트웨어(프로그램)를 얼마나 편리하게 쓸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느냐가 중요하다.

예컨대 바탕화면에 위젯(자주 쓰는 기능을 메인화면에 깔아놓고 바로 접속할 수 있게 만든 아이콘) 등을 담아 편의성을 높인다든지,여러 번 눌러서 찾아 들어가야 하는 메뉴를 한두 번의 터치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식이다. 이 상무가 프로그램 디자인을 맡은 갤럭시S는 글로벌 시장에서 900만대가량 팔려나가는 인기를 얻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이처럼 큰 상을 받고 8일 수석에서 상무로 승진한 이유다.

이 상무는 네덜란드 디자인팀 '드록(Droog)'을 좋아한다고 했다. "연세대에서 강의할 때 드록에 대한 얘기를 하곤 했죠.일종의 프로젝트팀인데 비장식적 디자인과 탈조형적 디자인으로 유명합니다. 디자인은 모양의 문제가 아니고 실천과 행동,의지의 문제라는 그들의 생각에서 인사이트(통찰력)를 얻을 수 있었죠."

그는 디자인이란 결국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느냐'라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여행을 떠나 버스를 타고 산에 간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보고 들은 게 의미가 있듯이 디바이스(단말기)도 사용자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갤럭시S,갤럭시탭을 디자인할 때도 이 같은 그의 철학이 깔려 있었다. 이 상무는 사용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과 편의성을 주기 위한 '카드'들도 제품 안에 숨겨놨다고 했다. "갤럭시S에서 홈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으면 최근 실행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나타나게 설계했죠.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찾을 때 홈 버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

이 상무는 서울대 산업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한경대 국민대 등을 거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유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이 다 불고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죠.학교도 장점이 있지만 디자이너로서 제가 하는 일이 좀 더 큰 시장에서 활용되는 것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요즘만큼 신바람 나게 일한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큰 상까지 주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