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각국이 유럽 재정위기 해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재정위기 확산에 대비해 현재 7500억유로 규모인 유로존 재정안정기금을 확충하자는 벨기에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주장에 대해 독일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 주요 외신들은 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로존 재정안정기금 규모 확대와 단일 유로채권 발행에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까지 유로존 재정안정기금을 신청한 국가는 아일랜드밖에 없다"며 "현재 기금만으로도 아일랜드를 지원하기에 충분하며 당분간 안정기금을 확대할 필요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단일 유로채권은 국채 간 금리 차를 무시한 발상으로,금리 차가 없어지면 유로존 안정과 성장을 위한 노력도 사라질 것"이라며 유로존이 단일 채권을 발행하자는 제안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FAZ와 한델스블라트 등 독일 언론들은 "독일이 안정기금 확충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6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새로운 합의나 위기 대처 방안이 도출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안정기금과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들이 논의됐고 예외적인 새로운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클라우스 레글링 유로존재정안정기금 위원장도 "아일랜드 이외 다른 나라에서 문제가 생겨도 기금은 충분하다"며 "기금을 당장 늘릴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봉합 조치'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다른 회원국이 재정위기 해법에서 이견을 드러내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식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벨기에(기금 확충),이탈리아(유로채권) 등이 제시한 위기 대처 핵심 제안 두 가지를 독일이 모두 명시적으로 거부한 만큼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지도자들은 여전히 재정안정기금 확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AFP통신도 "재정위기 해법을 놓고 유로존이 갈등 양상을 빚으면서 둘로 나뉘었다"고 분석했고,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재정위기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실제 룩셈부르크와 이탈리아는 이날 단일 유로채권 도입을 또다시 촉구했다. 유로존에서 마찰음이 그치지 않으면서 유로화는 또다시 약세를 보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