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갈등과 이견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장유유서(長幼有序)와 상명하복(上命下服) 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업무에 관한 구성원 간의 의견 차이를 뜻하는 과업 갈등(task conflict)은 오히려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촉진,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경영학계 정설이다.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나타나는 과업 갈등은 창조와 혁신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과업 갈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 다양성은 인종,성별,출신지역 등 인적 다양성은 물론 가치관,지식,경험 등 지적 다양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미국 인사관리협회가 포천 1000대 기업과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다양성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기업도 많다. 존슨앤드존슨은 최고다양성관리자(CDO)를 임명해 다양성대학을 운영하고 있고,IBM은 글로벌 인력 다양성 위원회를 두고 있다.
조직 구성원이 다양해지면 이질감에서 비롯된 감정적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직원 간 교류와 대면 접촉을 활성화해야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SEI인베스트먼트는 개인 사무실을 모두 없애고 칸막이를 철거했다. 또 모든 책상과 의자에 바퀴를 달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고,각 층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다른 층에 있는 직원들끼리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성과를 평가할 때도 개인과 팀의 성과를 균형 있게 반영하고,개인 성과급과 집단 성과급을 조합한 보상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감정적 갈등을 막고 전사적 협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때로는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악마의 옹호자는 중세 가톨릭교회의 추기경 선임 과정에서 유래한 것으로 문제점을 가능한 한 많이 들춰내 올바른 의사결정을 돕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 역사에서는 세종대왕 때 재상 허조(1369~1439)가 이런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세종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이 많아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세종은 그가 제기한 문제점을 따져본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창조적 갈등은 쉽고 빠른 길이 아니라 논쟁이 활성화되면 피곤하며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건설적인 논쟁을 거친 뒤 조직의 일체감은 더 높아지고 결정한 사항에 대한 실행력도 높아질 수 있다. 창조와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기업은 그간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던 갈등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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