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비과세 믿고 골드뱅킹 들었는데…소급과세 방침에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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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해지하면 은행이 대신 이자 내주지만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라 원천징수 세율보다 더 높은 세금 내야 할 처지
"세무행정 주먹구구…누가 과세당국 신뢰하겠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라 원천징수 세율보다 더 높은 세금 내야 할 처지
"세무행정 주먹구구…누가 과세당국 신뢰하겠나"
시중은행들이 팔았던 금 통장은 그동안 비과세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중순 금 통장 거래에서 발생한 매매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를 과세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자 상황이 급변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을 2009년 1월1일 이후 시점으로 소급 적용키로 한 것이다.
은행들은 당황했다. 일단 금 통장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금 통장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말까지 해지한 고객에 대해서는 세금을 대신 내주기로 결정했다.
A씨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은행 안내에 따르기로 했다. 이번 해지로 약 600만원의 세금을 은행이 대신 내주는 만큼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배당소득이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인 A씨는 내년 5월에 내야 할 종합소득세가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소득금액 기준으로 5000만원가량 더 증가해 최고세율 38.5%(주민세 포함)를 적용하면 1900여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천징수된 600만원을 제하더라도 1300만원의 세 부담이 추가로 늘어나는 셈이다.
A씨는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게 아니라 그동안 비과세 상품인 줄 알고 가입했는데 이제 와서 소급 과세하겠다는 게 문제"라며 "이렇게 세무 행정이 주먹구구식이라면 누가 과세 당국을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금 통장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려왔던 강남 부자들이 최근 재정부와 국세청의 소급과세 방침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들 부자는 대부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어서 금 통장이 비과세에서 과세로 전환될 경우 원천징수 세율(15.4%)보다 더 높은 세금(최고 38.5%)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흥두 국민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과세 방침이 알려진 이후 수요가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최근 금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과세 얘기까지 나오니까 투자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고득성 SC제일은행 삼성PB센터 부장도 "원래 금 통장은 환율 변동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메리트가 크지 않았다"며 "굳이 금에 투자하겠다면 금 통장보다는 금 실물이나 금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등에 가입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금재 기업은행 팀장도 "아직 세무 당국에서 금 통장에 대한 과세 기준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금 ETF나 골드 마이닝펀드 등 대체자산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에 대한 시장 전망이 밝고 은행에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적지 않아 금 통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신한은행이 이달 초 신규 가입을 재개한 이후 11월보다 일평균 가입 건수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특히 해지 이후 다시 가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금 자체의 매력이 사라진 건 아니기 때문에 분할 매수 방식으로 투자할 경우 세후로 따져 연 10% 안팎의 수익률을 올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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