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단행된 3일 '젊은 삼성'에 대한 기대로 삼성그룹주 8개 종목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제일모직은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삼성물산 삼성카드 삼성정밀화학 등은 장중 1년 신고가를 새로 썼다. 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5조원 넘게 불어났다.

삼성그룹주의 동반 강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의 사장 승진으로 '3세 경영'이 본격화돼 그룹의 신수종 사업이 보다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부 계열사들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수혜가 기대됐다.

◆'젊은 삼성'에 8개 종목 신고가

코스피지수는 이날 7.0포인트(0.36%) 오른 1957.26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혼조세를 보였지만 삼성 계열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그룹주는 전일 종가 대비 1~2%가량 오른 수준에서 시초가가 형성됐다. 오전 중 발표될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부사장과 이부진 전무가 사장으로 승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오전 9시30분을 전후해 사장단 인사의 뚜껑이 열리자 '기대'가 '사실'로 확인되며 주가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전날 4.76% 급등한 삼성전자는 이날도 4.07% 뛰며 지난 4월5일 기록했던 최고가(87만원)를 가볍게 넘어섰다. 삼성물산(4.62%) 호텔신라(3.42%)도 3~4%대 급등했고 제일모직(2.24%) 제일기획(1.52%)도 상승 흐름을 탔다. 삼성물산우(13.60%) 호텔신라우(6.97%) 등 일부 우선주도 급등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1년 신고가 경신 종목 19개(우선주 포함) 중 8개가 삼성그룹주였다. 그룹의 시총은 이날 5조4587억원 늘어 253조2668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약 55조원 증가한 것이다.

삼성그룹주의 주가 흐름은 작년 12월15일 사장단 인사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이재용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긴 했지만 삼성전자는 0.26% 하락했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사장단 인사는 연례 행사지만 이번에는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대비하는 사전 포석 성격이 짙어 투자자들의 기대가 강하게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신사업발굴 · 지배구조 개편 수혜 기대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주 동반 강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우선 삼성그룹이 작년부터 추진해온 신수종 사업 발굴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점을 든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그동안 신사업 진출에 상당히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 그룹 컨트롤타워가 복원된 것을 계기로 신수종사업 발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다"며 "새로 임명된 사장들은 향후 헬스케어,AMOLED,2차전지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사업 기대감에서 한발짝 비켜서 있는 삼성중공업(-1.47%) 삼성전기(-1.57%) 등이 이날 약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란 지적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수혜 가능성도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의 세 자녀가 나눠 맡을 것으로 보이는 삼성물산 호텔신라 제일모직이 대표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세 경영체제가 안정되려면 세 자녀가 나눠 맡을 회사의 보유 지분을 확대할 필요성이 생긴다"며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이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와 에버랜드 같은 비상장사를 상장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에버랜드 지분을 25.6%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 역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주를 포함해 총 26개 종목 중 신사업과 지배구조 개편 수혜가 예상되는 12개 종목만 상승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동윤/강현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