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상당히 커질 겁니다. 이젠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할 때입니다. "

한국을 대표하는 가치투자자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51 · 사진)는 코스피지수가 전 고점에 근접한 2일 의외로 신중론을 꺼내 들었다.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부채를 늘려가면서 성장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한계에 봉착했다"며 "중국의 소득 불균형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고 유럽의 복지시스템도 유지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고 우려했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가의 빠른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자원과 에너지도 충분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그는 시장의 위기신호를 포착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을 때에도 '하락세로 돌아서면 1000선까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음을 냈다. 대학원에서 파생옵션상품을 전공한 박 대표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파생상품 시장 붕괴로 이어질 것을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미국이 돈을 풀어 글로벌 증시가 상승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금은 전환기여서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가람투자자문은 약세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연기금에서 자금을 위탁받은 중소형주펀드는 2001년 말 설정돼 지난 7월 말까지 수익률이 54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333%포인트 웃돌았다. 2004년에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우수한 수익률을 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철저하게 기업가치에 집중해서 종목을 고른 뒤 분산투자하는 투자스타일 덕분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거나 자산가치가 높다고 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성장성까지 고려해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PER이 높고 성장성이 낮은 기업은 PER도 낮게 마련"이라며 "성장성을 고려해 적정 PER을 계산하고 그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