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나와 고물상?…올 매출만 1200억원"
"대학 나와 고물상?…올 매출만 1200억원"
고철 수거 · 유통 개념을 뛰어넘어 선진적인 고철 리사이클링의 기수를 자처한 그린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돼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마담 포라' 브랜드를 보유한 의류회사 아이니츠를 인수 · 합병(M&A)해 이달 초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자원(대표 서재석 · 사진)이 그 주인공.철스크랩(고철) 전문기업이 증시에 상장된 것은 국내 처음이고,홍콩의 차이나메탈리사이클링에 이어 아시아 두번째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세계 5위의 철강대국인 한국의 철강 원료시장에서 철스크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인 10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쌀 시장(6조원)과 쇠고기 시장(3조원)을 합친 규모보다 크다. 전 세계 연간 철스크랩 유통 규모는 5억t으로 200조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국내 수거를 통해 1600만t,수입으로 600만t을 조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6만여개 고철 수집상과 이를 압축 · 성형하는 8000여개 철스크랩 업자,다시 이를 모아 제철회사에 대는 350개의 납품상이 존재한다.

자원은 국내 수거 철스크랩 유통량의 1.5%를 취급,국내 5위 정도의 규모를 이루고 있다. 이 회사 서재석 대표는 "철스크랩 수거사업은 철기시대부터 이어져온 산업이면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시대적 트렌드에 부합한다"며 "최대 물동량보다는 가장 경쟁력 있는 업체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동차,전자제품,선박,건물,공장,기계 등 다양한 폐기물에서 철을 선별,절단,압축하는 일련의 공정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폐차의 경우 철과 스테인리스스틸,알루미늄,구리 등을 분리한 후 1000마력 규모의 슈레더를 이용,4~5㎝ 길이로 파쇄해 철을 더 추출해 낸다.

철스크랩으로 철강제품을 만들면 철광석을 원료로 하는 경우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절감된다. 더욱이 이 회사는 운송 비용이 다소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체 물동량(25만t)의 4분의 1 정도인 6만여t을 해상으로 나르고 있다. 고철 야적지인 평택항에서 포스코가 소재한 광양항으로 해상 수송해 도로 정체를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량을 절감하고 있는 것.

세계 최대 고철 리사이클링 회사인 호주의 심스메탈매니지먼트는 국내외에 230여개 종합 리사이클 처리시설을 갖추고 지난해 1260만t의 취급실적을 기록,미국 나스닥시장에서 34억달러를 웃도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 대표는 "철스크랩산업의 중요성이 국가적으로 부각돼야 하고 이에 부응하는 효율적인 고철 리사이클링 체계를 갖춘 국내 기업이 배출돼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모범적인 전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올해 1200억원의 매출과 10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높지만 지속적으로 처리설비를 늘려가고 있어 순이익이 낮게 잡힌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서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쌍용에 입사,금속원료 교역을 맡았다. 철스크랩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대학 나와 고작 고철상이나 하냐'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일본과 중국의 종합 리사이클링 회사에 들어가 철스크랩 처리 및 유통 노하우를 습득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