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만년 주가 디스카운트(할인)를 떨쳐낼 조짐이다. 외환은행 인수로 강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자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M&A(인수ㆍ합병)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1년 신저가 수준까지 밀렸다. 주가 프리미엄(할증)도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2일 오후 2시 현재 하나금융은 전날보다 500원(1.32%) 오른 3만84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기록한 단기 저점과 견줘 약 20% 상승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달 15일부터 전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자'에 나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 기간 중 기관은 하나금융 주식 975만여주를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주가수준을 평가할 때 주로 쓰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내년 기준으로 약 0.7배까지 높아졌다. 평소에는 이 비율이 0.4~0.5배에 불과했다. 은행 평균 PBR은 0.8~0.9배에 형성돼 있다.

하나금융의 디스카운트 해소는 외환은행 인수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Bㆍ신한ㆍ우리 '빅3'에는 미치지 못하고 기업ㆍ외환과 견줘서는 다소 우위인 어정쩡한 위치에 있던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단숨에 '빅4'로 올라선다.

이는 비단 영업 측면에서 뿐 아니라 주식의 수급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관이나 외국인의 투자자들은 맘 먹은 만큼 주식을 사고 파는 유동성이 필요한데, 덩치가 커지면 유동성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또 과잉 자본 구조에 따른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이번 M&A를 통해 제고할 여지가 생긴다. 은행권에서 '주류'로 지위가 격상돼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도 생길수 있다.

하나금융이 이러한 기대감 덕분에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M&A 타깃이 된 외환은행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같은 시각 외환은행은 3.1% 급락한 1만950원을 기록중이다. 장중 1만900원까지 하락, 1년 신저가 기록도 세웠다.

최근 이틀간 매수세를 보이긴 했으나 기관은 최근 한 달 동안 165만여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지분율을 한 달 전 73.89%에서 현재 72.98%로 1%포인트 가까이 낮췄다. 외국인과 기관 모두 팔고 있다는 얘기다.

외환은행의 추락은 역설적으로 하나금융 탓이다. 하나금융이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있는 반면 외환은행을 프리미엄을 반납하면서 평균으로 주가가 회귀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어떤 방식으로 인수하느냐에 따라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시장이 가장 안 좋게, 그러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하나금융의 유상증자다.

하나금융은 부족한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인텐데, 이들이 외환은행 지분 공동 인수보다는 하나금융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하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온전히 넘겨받은 하나금융이 이후 외환은행을 100% 자회사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을 모두 소유하면 외환은행의 이익은 물론, 배당까지 모두 가져갈 수 있어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3년 신한지주가 조흥은행 지분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인수할 때도 이런 방식이었다. 당시 신한지주는 조흥은행 지분 80.04%를 인수한 뒤 주식교환과 반대매수청구권 부여를 통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는 피인수 기업 주주에는 부정적이다.

하나금융 주주 입장에서도 유상증자는 주식 희석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당장은 좋지 않지만, 증자의 목적이 확실하고 시너지 효과도 크다는 점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할 때 합병 비율을 하나은행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기업가치를 낮추려 한다는 우려도 외환은행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