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4대강 예산에 대해 여야가 한치 양보없는 공방을 벌이면서 관련 상임위가 줄줄이 파행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회기(9일)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벌써부터 직권상정으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해 '예산전쟁'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인 법정처리 시한을 국회가 8년째 어겼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1일 현재 국회 16개 상임위 가운데 정무위를 비롯한 9개 상임위가 내년 예산심의를 마쳤으나 국토해양위 교과위 등 4개 상임위는 전체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환경노동위와 농림수산식품위의 경우 4대강 예산을 뺀 채 반쪽 합의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대강 예산이 핵심뇌관이다.

국토해양위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수자원공사 예산 3조8000억원에 대한 심의를 요구하며 상임위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사의 예산을 국회에서 심의한 전례가 없다"며 "1일까지 상임위에서 통과시키지 않으면 예결위로 바로 넘기겠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보 준설을 맡은 수자원공사가 3조8000억원의 사업비를 조달하는 금융비용 2250억원은 정부예산으로 떠넘겨놓고 심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분식회계"라고 주장한다. 농식품위와 환노위의 반쪽 예산심의도 민주당이 저수지 둑높임사업(8730억원),일종의 오수처리 시설인 총인처리시설사업(2754억원) 등을 4대강 예산으로 분류,삭감을 주장한 데 따른 결과다.

여야는 1차로 5일까지 예결위 계수조정 과정을 통해 상임위에서 미처리 상태로 올라온 4대강 예산안을 논의할 예정이나 합의 가능성은 낮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도 예년 정도의 합리적인 수준(지난해 4250억원)에서는 삭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 6조5000억원을 삭감해 서민 복지와 국방비 증액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차로 결국 오는 6일 예결위 표결과정에서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한나라당은 야당이 끝까지 완강하게 반대할 경우 단독처리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이군현 원내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예결위에서 상정해 처리하고 본회의를 거부하면 직권상정을 통해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차라리 우리를 밟고 가게 하자"며 물리적 저지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안보정국을 의식한 중도파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예결위 간사인 서갑원 의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심사하겠다"면서 말을 아꼈으나 결국 '강 대 강'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