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농기계 기업인 대동공업이 차세대 농기계 엔진의 국산화를 눈앞에 뒀다. 일본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분야에 한국이 진출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16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고 세계 시장 공략 가능성도 높이게 됐다.

진영균 대동공업 총괄부사장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2년간의 티어4(tier4) 엔진 개발 작업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배출 기술 개발,내구성 테스트 등을 통해 2012년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티어4 엔진은 먼지와 가스 배출량이 특정기준 이하인 제품을 일컫는다. 입자상 물질(PM)이 0.03 이하로 배출돼야 이 명칭을 쓸 수 있다.

현재 티어4 엔진은 구보다,미쓰비시,얀마 등 일본 업체들이 전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기존 티어3 엔진보다 2배 이상 고가임에도 한국 농기계 업체들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그러다 보니 국내 농기계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 이 엔진의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된다.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2013년부터 모든 농기계에 티어4 엔진을 의무 장착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들도 2015년께부터는 이런 정책을 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대동공업은 현재 엔진 개발의 핵심 단계인 엔진 성능 업그레이드를 마쳤으며 배출량을 국제기준에 맞추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종순 연구팀장은 "예비 실험 결과 배출량이 이미 국제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개별 농기계 업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대동공업은 이 엔진을 외국산 제품의 70% 가격에 국내 농기계 업체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티어4 엔진 개발에는 200억여원이 투자됐다. 구보다,미쓰비시,얀마 등의 엔진과 동일하게 커먼레일과 DPF(디젤 엔진 내의 PM을 제거하는 장치) 기술을 적용했다. 엔진출력은 오히려 일본 제품보다 우수하다. 엔진 배기량이 1.8ℓ로 일본 엔진(1.6ℓ)에 비해 높고 분사압력(1800bar)도 일본의 1600bar보다 세 힘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업계는 국내 농기계 업체의 맡형격인 대동공업이 티어4 엔진 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다른 농기계 업체들의 국제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 부사장은 "동양물산,국제종합기계,LS엠트론 등 국내 농기계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개척에 힘을 기울여왔지만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다 보니 기술적 장벽을 절감해왔다"며 "최근 엔고 현상까지 겹쳐 일본제품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동공업은 2013년 이 엔진 관련 매출이 2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47년 설립된 대동공업은 국내 최초의 종합 농기계 업체다. 1962년 최초로 동력경운기를 만들고 1977년부터 자체 기술로 트랙터를 제조했다. 1997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농기계 업체 중 유일하게 엔진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4478억원,영업이익 107억원을 기록했다.

대구=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