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는 25만여건의 외교 문건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39 · 사진)를 간첩죄로 기소하기 위해 법률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미 국무부는 추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국방부와 외교전문 정보 공유를 잠정 중단했다.

AP통신은 미 연방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국무부와 국방부,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이 어샌지를 간첩죄로 기소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관건은 위키리크스와 어샌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다. 그의 주장처럼 어샌지를 언론인으로 규정하면 정보 공개를 두고 간첩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1917년 제정된 간첩법이 있지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광범위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연방대법원의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미 수사당국은 위키리크스 조직은 물론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제공한 혐의가 있는 인물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들어갔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도 이날 어샌지를 성추행 등의 혐의로 체포하라는 '수배령(red notice)'을 188개 회원국에 내렸다. 이 같은 수배공조 요청은 스웨덴 스톡홀름 형사법원이 2주 전 발부한 체포영장에 근거한 것이다. 당시 스톡홀름 형사법원은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어샌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어샌지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어샌지의 변호사인 마크 스티븐스는 지난달 초 성명을 통해 "어샌지는 두 명의 여성과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어샌지는 최근 알자지라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중상모략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어샌지가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형 은행 문건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관련한 폭로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샌지는 구체적인 은행명을 밝히지 않은 채 문건 공개로 은행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위가 공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CNBC는 어샌지가 지난해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위키리크스가 BOA의 문건을 입수했다"고 말했다며 다음 폭로 목표물이 BOA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어샌지는 "BOA 경영진 컴퓨터의 5기가바이트(GB) 용량 하드 드라이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