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金) 시장에 '공룡 펀드' 경보가 떴다. 자산 규모 567억달러(66조원)의 '고질라'급 괴물 펀드다.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미국 SPDR골드셰어스 얘기다. 금 시장의 폭발 덕에 급속히 덩치를 불린 이 펀드를 두고 한쪽에선 '금 투자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후한 평가를 내놓는다. 하지만 향후 금 시장 불안을 촉발할 잠재적 리스크란 견해도 만만찮다. 이 괴물 펀드가 본격적으로 금을 내다 팔 경우가 문제다. 걷잡을 수 없는 금값 대폭락 사태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맞먹는 영향력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금값 폭등세를 이끈 주요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린 ETF를 지목하면서 SPDR에 대해 "시장의 향배를 바꿀 잠재적 리스크로 부상했다"고 소개했다. 2004년 세계금위원회 등이 참여해 설립한 이 펀드의 주요 투자 방식은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골드바 형태로 실물을 사들이는 것이다. 자금은 주식시장에 펀드를 상장해 모집한다. 투자자가 이 펀드 주식을 사면 금을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된다. 1주당 0.1온스의 금이 1 대 1로 매칭돼 있다.

주목할 것은 SPDR의 투자 규모다. 웬만한 나라의 중앙은행보다 금 보유량이 많다. WSJ에 따르면 SPDR은 1304.8t(9월30일 기준)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민간투자회사 분야 1위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중앙은행에 이어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이나 스위스,일본,러시아 등의 정부 보유분을 능가한다. 미국 뉴욕증시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멕시코 등 주요국 증시에 펀드를 상장,개인투자자는 물론 헤지펀드까지 다양한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초고속으로 덩치를 불렸다. 하루 평균 매입 물량이 3000만달러어치에 달한다. WSJ는 "한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률로 해체까지 검토됐던 천덕꾸러기 금 펀드가 어느새 전 세계 금 시장을 뒤흔들 '고질라형 괴물(beast)'로 커버렸다"고 평가했다.

◆"괴물될라" 글로벌 금시장 촉각

문제는 앞으로다. SPDR의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시장에 미칠 영향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 펀드에 묶여 있는 금은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의 6개월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 공급이 빡빡해진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닉 홀랜드 골드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달러 가치 하락과 안전자산 선호 등 원자재 시장의 트렌드 변화로 혜택을 누렸지만 한편으론 펀드 자체가 금 수요공급에 영향을 주면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핵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펀드가 지난달 14일부터 5일 동안 수십t의 금을 연속해서 매도하는 동안 금 국제선물 가격은 온스당 1376달러에서 1324달러대로 4%가량 급락했다. 다른 펀드와 달리 '눈에 잘 띄는' 이 펀드의 움직임을 주시해온 중소형 ETF와 각국 중앙은행 등이 금 매도에 동참했기 때문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금 가격은 이 매도세 이전만 해도 지난 7월 말부터 이렇다 할 조정 없는 연속 상승 행진을 했다.

금 시장의 상승세가 끝날 경우 이 펀드는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 랠리의 끝'이 올 것이란 경고가 SPDR에 투자한 회사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미국 투자회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 관계자는 "어떤 투자도 오르기만 한 적은 없다"며 "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TF

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로,특정 상품 가격이나 지수의 오르내림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기업의 주식처럼 상장돼 거래된다. 이렇게 모은 돈은 주식 원자재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되는데,금 실물이나 금 관련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게 금ETF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