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와 장기 계약을 맺는 것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 미국에 나가 있는 KOTRA KBC(코리아비즈니스센터) 직원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셈블렉스라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와 면담했을 때 들은 답변이다. 해외 바이어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로 높아진 '코리안 프리미엄'이 '북한 리스크'로 희석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사태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KOTRA가 29일 71개국 KBC를 통해 수집한 '해외 바이어 동향'에 따르면 당장 거래선을 끊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바이어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일본 오스트리아 미국 등 2차 세계대전으로 전쟁의 참상을 목격했던 국가의 바이어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KOTRA는 전했다.

오스트리아 광고업체인 이파미디어는 내년 초 열릴 '바이코리아 2011'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참가 유보를 행사 주최인 KOTRA에 통보했다. 내년 3월 제주도에서 열릴 '카툰 커넥션'도 유럽애니메이션협회 등이 참가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차질이 예상된다.

태양열 패널 제조업체인 영국의 롤렉스 트레이딩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계획 중인 수입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이란 의사를 KOTRA 런던 KBC에 전달했다.

일본 기업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니가 서울에서 열려던 부품 구매행사를 내년 3월로 연기하기로 했고,후코쿠물산도 12월 초로 잡혀 있는 방한 일정을 '사태 진정' 이후로 미뤘다. 중국 기업들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변화 없이 한국 기업과의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당장 영향은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리스크'가 확대되면 장기 계약이나 투자 유치에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북한 문제는 기업으로선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 변수"라며 "다만 최근에 환율 변동성이 심해져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화는 28일 유로화 대비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안한 한반도 정세와 유럽 정부의 채무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때문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