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인치 '디자이어HD' KT통해 30일부터 판매...가격 80만원 선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가 한국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KT와 손을 잡았다. 2008년 한국에 처음 진출하면서부터 SK텔레콤과 독점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판매 부진이 계속되면서 결국 공급망 다변화 전략으로 돌아선 것이다.

HTC는 29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4.3인치 대화면의 스마트폰 ‘디자이어HD’를 선보이고 30일부터 KT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피터 초우 HTC 최고경영자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어느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HTC 로서도 중요한 기회"라며 "HTC의 고객중심 경영철학은 꾸준한 제품 판매로 이어졌고 이는 디자이어HD와 같이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디자이어HD는 국내에 나온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큰 4.3인치 LCD 디스플레이에 2.2 프로요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1GHz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적용했다.

또 최신 멀티미디어 솔루션인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 기능을 통해 영화, 사진, 음악 등을 TV를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720p HD 동영상 촬영과 얼굴인식 기능을 지원하는 800 화소 카메라도 내장했다.

이밖에 부팅시간을 단축해 빠르게 통화 또는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HTC 패스트 부트 기능'도 새롭게 탑재했다. 가격은 80만원 선이다.

앞서 HTC는 2008년 터치듀얼과 이듬해 다이아몬드 두 종의 스마트폰을 SK텔레콤을 통해 잇따라 내놓고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두 종을 합쳐 판매량은 5만대 가량에 그쳤다.

올해 5월 SK텔레콤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 프리미엄 스마트폰 디자이어와 HD2를 선보였지만 판매량은 각각 3만 여대, 1만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노키아, 림, 애플, 삼성전자와 함께 ‘빅5’를 형성하고 있는 HTC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HTC가 내놓은 비장의 카드는 SK텔레콤과의 독점을 깨고 KT에도 제품을 공급해 판매망을 다각화하는 전략. 이미 8월 말 KT를 통해 '레전드' 스마트폰을 한 차례 내놓았고 이번에 프리미엄 제품인 디자이어HD를 공급하면서 KT와의 관계를 한층 돈독히 하는 모양새다.

이를 입증하듯 이날 행사에 직접 참여한 표현명 KT 사장은 "광고 프로모션과 AS, 체험마케팅을 통해 반드시 제품을 사고 싶다는 욕망을 느낄 수 있도록 판매를 꼼꼼히 준비해 왔다"며 "디자이어HD를 시작으로 HTC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고의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로서도 아이폰 외에 스마트폰 단말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HTC와의 협력은 상호 윈윈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KT가 아이폰4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HTC의 제품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밀어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편 HTC는 이날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함한 'HTC 센스' UX(사용자 경험)의 새로운 기능도 공개했다. 새로워진 'HTC 센스'는 사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고 카메라로 HD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새로운 지도 위젯인 'HTC 로케이션'이 내장돼 버퍼링이나 로밍요금 부과 없이 빠른 지도 검색도 가능하다. 이용 중 전화가 오더라도 지도 화면이 유지되고 목적지까지 경로를 한눈에 보여줘 내비게이션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