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주가가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예측은 늘 어긋나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한달 전에 그렸던 세상과 지금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세상은 많이 다르다.

10월 말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실시되기 전이었고,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도 열리기 전이었다.11월 초 미국은 예상대로 2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다.미국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미국 국채를 사기 때문에 금리 하락,달러화 약세,이머징 마켓으로의 자금 유입 확대 등이 나타날 것이란 것이 시장의 지배적 의견이었다.

쏟아져 들어올 미국 달러화를 제어하기 위해 이머징 국가들에서는 자본 통제에 대한 논의도 한창이었다.그렇지만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거의 반대 모습이다.미국 금리는 오히려 오름세를 나타냈고,달러화도 강세,이머징 마켓에서의 외국인 매수 강도는 크게 약화됐다.

‘돈의 힘’이 많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물론 예상하지 못했던 아일랜드와 스페인 등 서유럽 재정 위기,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등이 대두되기는 했다.이런 경우 안전 자산인 달러화 강세,위험자산인 이머징 주식 선호 저하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따라서 달러화 강세와 외국인 매수 강도 약화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그러나 미국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은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오르는 경우(금리 하락)가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양적완화 발표 당일 연 2.49%에서 지난 주말 2.86%까지 높아졌다.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에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반영돼 있다고 본다.계속 돈을 찍어내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것은 정당하다.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만으로 최근의 금리 상승을 충분히 설명하기는 힘들다.미국은 오히려 디플레이션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10월 핵심 소바지물가지수 상승률은 0.6%에 그쳤다.버냉키 FRB 의장은 매년 물가는 별일이 없더라도 1% 정도 오르는 것이 정상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제품의 성능이 좋아지고,경제가 성장을 한다면 물가가 적어도 1%는 오른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1% 미만의 물가 상승은 정상이 아닌 상황,즉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봐야 한다.그렇기에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만으로 최근의 미국 금리 움직임을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이다.11월 초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승리했다.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감세를 주장해 왔다.이번에도 당초 철회될 예정이었던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오바마 대통령은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 연장을 완강히 반대해 왔지만 중간선거 이후 한발 물러서는 양상이다. 감세를 하는 대신 정부 재정지출은 축소될 것이다.감세가 좋으냐,재정지출이 좋으냐는 학계에서도 오래된 논쟁거리이다.다만 분명한 것은 단기 부양 효과라는 관점에서는 감세보다 재정 지출이 훨씬 강력하다는 점이다.재정지출은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경제적 자원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의 선거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지난주 FOMC 회의록에서 확인된 미국 성장률 전망치 하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적인 성장 둔화(세수 감소)와 감세 연장(세수 감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재정 위험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외국인들이 매수 강도를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G20 이후 오히려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떨어졌다.글로벌 불균형의 완화도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선진국의 재정 긴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내수를 부양해야 할 중국은 긴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지지부진한 교착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당장의 수익률 제고보다는 2011년 장세를 대비하기 위한 종목 선별 작업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내년에는 수출보다는 내수가 유리해 보인다.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은행과 건설 등 대표적인 내수 업종에 대한 적절한 매수 기회 포착 정도가 연말 장세 대처의 미덕이 아닌가 싶다.

김학균 <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