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특허경영 2.0시대] (1) 삼화콘덴서 '66개 특허망'으로 세계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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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트폴리오를 짜라
2~3개 특허로는 해외 문턱 못 넘어
특허괴물 타깃된 中企 분쟁 급증
2~3개 특허로는 해외 문턱 못 넘어
특허괴물 타깃된 中企 분쟁 급증
유전자진단 전문업체 바이오니아(대표 박한오)는 분석 · 추출장비,진단키트 등 분야에서 94건의 국내외 특허를 등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50억달러(지난해 기준)로 추정되는 세계 유전자진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추가로 123건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촘촘한 특허방어망으로 회사를 무장시키려는 전략이다.
이 회사가 특허 등록했거나 출원 중인 분야는 원천기술과 응용기술,디자인 분야 등이 망라돼 있다. 1992년 바이오벤처로 출발한 이 회사는 이 같은 전략적인 특허 출원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2008년 14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84억원으로 불었고,올해는 4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경영'이 중소기업의 핵심 경영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신규 및 해외 시장 진입을 타진하는 중소기업들에 관련 분야의 다수 특허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일은 '총성 없는' 특허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선도 사업자들의 공격에 촘촘한 방어망을 치고,때로는 공격의 '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강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작업을 '군비(軍備)경쟁'에 비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특허괴물(patent troll)들이 삼성 LG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및 중소기업들에 촉수를 뻗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보유 특허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 대신 특허 침해 기업을 찾아내 합의금을 받아내는 것을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이들의 타깃이 되면 중소기업들은 시장 진출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특허괴물을 포함한 외국 기업에 피소된 건수는 2004년 12건에서 지난해 28건,올 들어 9월 말까지 22건에 달할 정도로 급증 추세다. 통상 피소 사실을 쉬쉬 해 알려지지 않은 것과 기술료를 주기로 하고 양측이 합의한 것까지 포함하면 중소기업들의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특허는 또 외국 기업을 견제하고 시장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1990년대까지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한 견제 장치로 활용되던 '반덤핑 제소'는 급격히 줄어든 반면 동일 목적의 특허소송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특허경영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남보다 빨리 많은' 특허를 출원하는 전략이었다면 최근에는 '빈틈 없는'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삼화콘덴서는 고용량 콘덴서 개발을 앞두고 초고압 내부전극 형성기술 등 66개의 원천기술 특허로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방어망 구축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시장 곳곳에서 한두 개의 특허만으로 공격은 고사하고 시장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고사하는 등 중소기업들의 실패 사례가 더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엠피맨닷컴은 1998년 MP3 플레이어란 혁신기술을 선보였지만,특허전략부재로 시장에서 퇴출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3건의 원천특허만을 믿고 야심차게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3건의 특허권이 꼬투리를 잡혀 주춤한 사이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잇따라 출현,이 회사는 원천특허권마저 후발주자인 미국기업에 뺏긴 채 2006년께 역사 속으로 종적을 감추게 된다.
곽준연 R&D특허센터 IP전략본부장은 "전략적 포트폴리오에 따라 촘촘한 특허망을 짤 경우 특허가 갖는 위력은 몇 배 더 커진다"며 "이런 특허는 기업의 방패에서 경쟁자를 공격하는 창으로,더 나아가 수익 창출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한경·특허청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