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위기가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파급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 붕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로화 붕괴론은 재정위기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로존 회원국들이 경제가 취약한 나라부터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우량국가들의 지원 여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결국 유럽단일통화가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비관론은 각국의 상이한 경제상황을 토대로 통일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유로화의 근본적 한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25일 유럽이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 포르투갈까지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스페인마저 무너진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스페인의 경제규모가 이들 3개국을 모두 합친 것의 2배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날 벨기에도 재정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전설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 "앞으로 15~20년 뒤 유로존이 분열될 것"이라고 예언했으며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아시아 회장은 최근 "유로존은 재정통합이 뒷받침되지 않은 통화동맹이라는 점에서 큰 결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채 금리가 연일 상승하는 가운데 25일 유로화는 1유로당 1.3297달러로 2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신청을 계기로 미국, 영국의 유로화 흔들기가 재개되면서 이처럼 위기감이 커지고 있으나 유럽 대륙에서는 유로화가 결국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기축통화로 기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유로화가 붕괴할 경우 유럽 국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에 각국이 어떻게든 유로화를 지켜낼 것이며, 유럽 경제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상황이라는 점이 이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5일 "유로존 국가들의 연대감이 1년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면서 "유로화가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고, 유로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유로화의 생존 문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유럽 재정안정기금의 클라우스 레글링 최고경영자는 독일 대중지 빌트와 인터뷰에서 "약한 나라든, 강한 나라든 유로화를 자의로 포기하는 것은 경제적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면서 유로화의 붕괴 위험은 0%"라고 강조했다. 차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로 거론되는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집행위원은 "유로에 대한 대체통화를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유로화가 없을 경우 유럽 대륙 전체에 심각한 외환 왜곡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에서 독일은 유로화의 존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비관론자들은 '이번 위기는 유로화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런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이라면서 "실제로 유럽단일통화가 해체될 것이라는 징후는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특히 유로화가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로 아일랜드와 그리스의 상황은 다르다는 점과 유럽 각국이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는 것 그리고 유로화는 실제로 미국 달러화나 엔화와 비교할 때 상황이 훨씬 낫다는 점을 들었다. 그리스는 국가와 민간 경쟁력의 약화, 부정부패, 비효율,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던 반면 아일랜드는 부동산 거품과 연관한 금융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보다 재정이 탄탄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경제구조를 가졌던 무역흑자국이었다는 것이다. 또 유럽의 재정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연초에 비해서는 상황이 나아졌고 최근 유럽의 경기회복세가 각국의 재정적자 감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위기에 대비한 구제금융 시스템이 점차 틀을 잡아가고 있는 것도 유로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슈피겔은 특히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금융분야의 구조조정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고, 전체적인 경제 상황도 나은 편이라면서 "이것은 유로화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매력적인 통화 중 하나로 남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중앙은행이 다음달 2일 집행위 정례 회의에서 출구전략을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빅토르 콘스탄치오 부총재와 게르트루데 툼펠-구게렐 ECB 집행위원이 25일 '재정위기와 출구전략은 별개'라며 출구전략 고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유로화에 대한 유럽 정책입안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