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그룹조직(옛 전략기획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미래 대비"라고 강조했다. 그룹조직 복원을 계기로 신사업,인사,경영권 승계 작업 등을 차질없이 진행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그룹조직 책임자로 임명된 김순택 부회장은 24일 삼성 사장단협의회에 참석,"이 회장이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다가올 변화를 직시해 미래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그룹조직 복원 결정 후 처음 열린 이날 회의에서 그룹조직의 책임자로서 이 회장의 당부를 전하며,사장단과 첫 대면식을 가졌다.

김 부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회장의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각사가 하는 일을 돕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그룹조직이 과거 전략기획실처럼 군림하는 조직이 되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삼성이 이뤄낸 성과는 세계 기업 역사에 유례 없는 일"이라며 "우리 모두 힘을 합친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의 인사말이 끝난 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사장단을 대상으로 '휴대폰 사업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시간가량 강연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지대섭 삼성화재 사장 등 삼성 계열사 사장 3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 달 초 실시될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할 예정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장단 회의 직후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룹조직의 구성과 인선 문제를 될 수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순서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사장단 인사는 그룹조직 구축이 마무리되는 대로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내주 초 그룹조직 구성과 관련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사장단 인사는 그 직후인 내주 말께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그룹조직 구성안을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그룹조직 해체 후 소속은 계열사로 돼 있었지만 그룹 관련 업무를 5년 이상 담당해온 임직원 중 상당수를 계열사로 재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조직에는 새 직원들을 주로 배치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