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다시 뛰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아일랜드발(發) 금융위기 여파가 투자자들의 위험 헤지 심리를 강하게 자극했다. '위기에는 금(金)'이라는 세간의 투자공식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금값 등 상품가격은 정치 · 경제적 돌발 리스크가 해소되면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시장의 경험이다. 금값은 이미 사소한 재료에도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다.

국제 금 선물(12월물)은 2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9.80달러(1.5%) 상승한 온스당 1377.6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은도 온스당 0.11달러(0.4%) 올랐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수용한 아일랜드가 '새로운 불안'으로 떠올라 금값을 밀어올린 동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 소식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금융위기 진앙지인 유럽에서는 금동전과 은동전 수요가 이달 들어 30% 이상 폭증했다. 마이클 버거 스페인 발렌시아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연금이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 금 수요는 늘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는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달러 가치와 함께 금값이 동반 상승함으로써 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유로화 가치는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유로=1.34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제임스 스틸 HSBC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동시에 두 곳의 피난처를 찾아 나선 것은 최근까지 역상관관계로 움직이던 금값과 달러화 가치 추세와는 반대되는 변화"라며 "그만큼 시장의 불안감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표적 위험자산인 원유와 비철금속 가격은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0.6% 떨어진 배럴당 81.2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하루 종일 등락을 거듭하는 불안한 양상을 보인 끝에 하락세로 마감했다. 유가는 장중 한때 배럴당 80.28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산업용 금속 소재인 구리와 알루미늄,주석 등 주요 비철금속도 0.8~2.4%가량 하락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