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전해지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그동안 위기가 수차례 있었지만 사안의 심각성으로 볼 때 개성공단 설립 후 최대 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개성공단에 악영향이 없기만 바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개성공단에는 970여명의 남한 인력이 근무했으며 남측으로 돌아온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764명은 북한에 체류하고 있다. 도라산출입국사무소는 평소와 다름 없었으며 입 · 출경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귀경하는 주재기업 임직원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북한 근로자들은 아직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며 "하지만 위성방송을 통해 뉴스를 접한 우리 근로자들은 동요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입주 기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이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전례에 비춰볼 때 정부가 남북 교역 중단,유엔 안보리 회부 등에 나서고 북한이 이에 대해 개성공단 통행 차단이나 전면 폐쇄 등으로 응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안그래도 인력 수급에 따른 어려움과 최근 천안함 사태 이후 생산 차질 등에 시달려 왔는데 이 같은 상황이 터져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특히 통일부가 24일 하루 동안 우리 기업관계자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금지하기로 하자 "생산차질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해안포 도발에 따른 개성공단 체류인원의 신변안전을 감안해 방북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24일 상황을 본 뒤 개성공단 방북 제한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옥성석 나인모드 사장은 "개성공단 설립 이후 많은 일을 겪어왔지만 이번 사건은 민간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천안함 사건 등 기존 남북 갈등 사안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며 "정부 발표를 지켜볼 뿐이지만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SNG사장은 "업무는 정상적으로 하고 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다 보니 직원들도 TV만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북측과 마찰을 빚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조심하라고 당부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통신선이 차단돼 3일간 생산을 중단하는 등 그동안 여러 차례 업무 차질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날 상황은 전례가 없었던 일인 만큼 착잡한 마음으로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에서 해안포 공격 뉴스를 위성방송을 보고 귀경길에 올랐다는 강창범 오오엔육육닷컴 사장은 "이번 사건은 북한 핵실험,천안함 사건 등 그동안 개성공단이 맞닥뜨렸던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임동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사태는 심각하지만 군사적인 면에서 과잉대응을 하거나 개성공단 폐쇄 등 극단적 조치는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개성공단이 여전히 남북한을 잇는 실마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은 2004년 첫 제품 생산에 들어간 이후 2007년 총생산액 1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남북경협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했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는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생산 차질을 빚는 등 뜨거운 감자로 인식돼 왔다. 2008년 북한이 '남측의 3통 합의 이행'을 주장하며 통행 제한을 둔 이후 대북전단 살포,북한 핵실험,현대아산 직원 억류,천안함 사태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생산 차질을 빚어 왔다. 개성공단엔 현재 121개 업체가 조업 중이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