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대신 수상" 제안..노벨위원회는 불허원칙 고수

198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67) 폴란드 전대통령이 22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를 대신해 노벨상을 대리 수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투옥중인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 문제를 놓고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과 탄압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재 류샤오보 본인은 물론 가택연금 상태인 부인 등 가족들 조차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바웬사는 이날 AF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류샤오보를 대신해 다른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해 노벨상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바웬사는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고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한 인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탄압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상식에서의 대리 수상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을 뿐이며 메달과 상장, 상금은 오슬로에 그대로 남아 류샤오보를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바웬사의 `대리 수상'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비쳤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적법한 수상자'가 직접 와서 상을 받을 때까지 노벨상은 그대로 보관돼 있을 것이며 바웬사의 제안은 실현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노르웨이 NTB통신은 전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본인 및 가족.친지 외 대리 수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바웬사는 폴란드 공산당 정권에 맞서 비폭력 저항 운동을 벌인 공로 등이 인정돼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1990~1995년 폴란드 대통령을 지냈다.

바웬사는 1983년 자신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바웬사는 공산당 정권이 자신의 귀국을 막을 것을 우려해 시상식에 가지 않았고 그의 부인이 대리 수상했다.

(바르샤바 AFP dpa=연합뉴스)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