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은행과 중국 자본이 한국 금융시장에 몰려오고 있다. 중국계 은행은 국내 은행과 손잡거나 한국 지점을 확대함으로써 영역 확대를 도모하고 있으며 우리금융과 계열 은행 인수에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중국은 또 2조6000억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한국 국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이는 아시아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통해 경제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거대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상은행,KB금융과 전략적 제휴

장젠칭 공상은행 회장은 최근 어윤대 KB금융 회장을 찾아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은행은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했으며 우선 증권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어 회장은 이와 관련,"공상은행 및 중국 정부와 협의한 뒤 어떤 업무를 같이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상은행은 KB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중국 기업 및 증권시장에 투자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금융회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한국 기업이 중국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중국 기업을 인수 · 합병(M&A) 할 때 자문업무 등의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길 희망하고 있다.

KB금융은 공상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중국 본토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동남아 등 공상은행이 진출해 있는 시장에서도 폭넓게 제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양사가 지분 교환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B금융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2008년 지주사 전환으로 보유하게 된 KB금융 주식(4300만주 · 지분율 11.3%)을 관계 법령에 따라 내년 9월29일까지 매각해야 한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공상은행의 지분 참여 등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에도 눈독

공상은행은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지주나 계열 은행 인수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상은행은 당초 우리금융 계열사인 광주은행이나 경남은행 입찰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의향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M&A 대상을 우리금융에서 외환은행으로 바꾸는 듯한 기조가 보이자 우리금융 전체를 인수하는 쪽에도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과 펀드 등 6~7곳이 우리금융에 대한 소개와 매각절차를 담은 티저레터를 받아갔는데 여기에 공상은행과 중국은행(BOC)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건설은행도 한국에서 투자 대상을 물색 중이다. 또 다른 4대 은행인 농업은행은 내년에 한국 지점을 열 예정이다.

◆한국 국채도 대거 매입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한국 국채 매입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1년간 사들인 한국 국채 규모는 4조3000억원에 이르며 이후에도 매입을 지속해 보유 규모가 지난달 말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이 2조6000억달러를 웃도는데 미국 달러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한국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일각에선 향후 중국이 400억달러어치 이상의 한국 국채를 살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리뱌오 건설은행 서울지점장은 이 같은 중국의 한국 투자에 대해 "중국 정부의 쩌우추취(走出去 · 해외진출) 촉진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은 단기적으론 아시아 지역,장기적으로 세계에서 경제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이라며 "중국의 한국 투자 확대가 협력 강화 차원에선 긍정적이지만 중국의 영향력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박준동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