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7시30분 한은 본관 15층에서 개최한 금융협의회.외환은행과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한자리에 모인 은행장들이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하기 전 사진기자들이 은행장들에게 포즈를 취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김정태 하나은행장에게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 옆을 가리키며 "왜 우리 쪽으로 오시느냐.외환은행 쪽에 서시라"며 김 행장을 밀어냈다. 다른 은행장들도 농담으로 "그렇게 하시라"고 거들었다.


김 행장은 한사코 빼며 클레인 행장 옆에 서는 것을 사양했다. 한동안 옥신각신했지만 김 행장이 워낙 완강하게 거부,김 행장은 클레인 행장과 멀찌감치 떨어져 사진을 찍었고 행장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회의장 자리도 김 행장과 클레인 행장이 붙어있지 않고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것으로 배치됐다. 외환은행 인수에 있어 경쟁자를 '자처'하고 나선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김 행장의 맞은 편에 자리가 마련됐다.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김 행장은 "잘 모르겠다"고 회피했다. 민 회장은 "당국이 좋아한다,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며 산은에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검찰에서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2일 오전 9시30분에 출석하라고 이날 오후 통보했다.

이날 협의회엔 민병덕 국민은행장,윤용로 기업은행장,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김태영 농협 신용대표이사 등도 참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