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물이 癌을 만든다?…과학의 탈을 쓴 거짓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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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득실 따라 주장 달라지는 단편적인 과학정보 경계해야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 | 셰리 시세일러 지음
| 이충호 옮김 | 부키 | 292쪽 | 1만4800원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 | 셰리 시세일러 지음
| 이충호 옮김 | 부키 | 292쪽 | 1만4800원
"우연히 소량이라도 들이마시면 사망할 수 있다. 고체 상태의 일산화이수소(DHMO · dihydrogen monoxide)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심각한 조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DHMO는 산성비의 주요 성분이다. 기체 상태의 DHMO는 심각한 화상을 입힐 수 있다. 전기설비가 DHMO에 오염되면 합선이 일어날 수 있다. 암으로 발전하기 이전의 종양과 병소에서 떼어낸 생체 조직에서 발견된다. "
환경 속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무색무취의 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웹사이트 'DHMO.org'는 이같이 경고한다. DHMO가 얼마나 무서운 물질이기에 이럴까. 사실은 이 모두는 난센스 퀴즈 같은 이야기다. 일산화이수소의 화학식을 생각해보면 답은 금세 나온다. 수소 둘에 산소 하나,바로 물(H2O)이다.
이 웹사이트의 설명은 모두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이 독자를 오도한다. 일부 정보를 가린 채 물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체 상태의 물은 심각한 화상을 초래할 수 있지만 물이 위험한 부식성 화학물질이라서가 아니라 증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은 이런 이야기와 함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논란과 쟁점에 대해 잘 속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날마다 쏟아지는 기술,환경,경제,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쟁점을 복잡하고 신중한 고려 없이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판단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소수의 엘리트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과학은 널리 사용되지만 우리가 접하는 과학 정보는 단편적이고 서로 연결돼 있지 않으며,때로는 판단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고,때로는 완전히 틀린 것도 있다"고 지적한다. 왜 그럴까. 저자가 주목하고 강조하는 것은 트레이드오프,즉 이해당사자들의 득실 관계다. 정치인과 로비스트,제품 판매업자,최신 다이어트 열풍 전도사,심지어 의사의 말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예를 들면 광우병의 경우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축산업자,축산부산물 가공업자,소비자의 안전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치인과 정부,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유기농 방식의 축산업자와 환경운동가,채식주의자 등.저자는 따라서 모든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그들이 주장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초제에 저항력을 가진 유전자변형농산물에 사용한 글리포세이트가 암병률을 높인다고 주장한 어느 환경단체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어떤 화학물질이 질병의 원인이 되는지 연결관계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전혀 인용하지 않았고,일반 제초제가 글리포세이트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도 않았다. '네이처'지가 모나크나비의 사례를 들며 발표한 유전자변형농산물 관련 논문은 실험실에서만 이뤄진 연구라 결함이 있었고,흑백논리로 인해 다른 과학적 논의를 막아버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유전자변형농산물,광우병,지구온난화,전자기장,우울증 치료제 등 다양한 이슈와 주제들을 다루면서 잘못된 과학정보를 가려내는 20가지 방법을 보여준다.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왜 과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지,어떤 쟁점에 이해가 걸린 사람들은 누구인지,어떤 결정에 따르는 장 · 단점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비교와 대비,인과관계와 우연의 일치를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수한 것과 일반적인 것의 구분,숫자의 마술,과학과 정책의 관계,상투적인 속임수 등에 유의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찾고 분석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환경 속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무색무취의 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웹사이트 'DHMO.org'는 이같이 경고한다. DHMO가 얼마나 무서운 물질이기에 이럴까. 사실은 이 모두는 난센스 퀴즈 같은 이야기다. 일산화이수소의 화학식을 생각해보면 답은 금세 나온다. 수소 둘에 산소 하나,바로 물(H2O)이다.
이 웹사이트의 설명은 모두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이 독자를 오도한다. 일부 정보를 가린 채 물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체 상태의 물은 심각한 화상을 초래할 수 있지만 물이 위험한 부식성 화학물질이라서가 아니라 증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은 이런 이야기와 함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논란과 쟁점에 대해 잘 속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날마다 쏟아지는 기술,환경,경제,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쟁점을 복잡하고 신중한 고려 없이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판단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소수의 엘리트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과학은 널리 사용되지만 우리가 접하는 과학 정보는 단편적이고 서로 연결돼 있지 않으며,때로는 판단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고,때로는 완전히 틀린 것도 있다"고 지적한다. 왜 그럴까. 저자가 주목하고 강조하는 것은 트레이드오프,즉 이해당사자들의 득실 관계다. 정치인과 로비스트,제품 판매업자,최신 다이어트 열풍 전도사,심지어 의사의 말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예를 들면 광우병의 경우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축산업자,축산부산물 가공업자,소비자의 안전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치인과 정부,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유기농 방식의 축산업자와 환경운동가,채식주의자 등.저자는 따라서 모든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그들이 주장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초제에 저항력을 가진 유전자변형농산물에 사용한 글리포세이트가 암병률을 높인다고 주장한 어느 환경단체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어떤 화학물질이 질병의 원인이 되는지 연결관계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전혀 인용하지 않았고,일반 제초제가 글리포세이트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도 않았다. '네이처'지가 모나크나비의 사례를 들며 발표한 유전자변형농산물 관련 논문은 실험실에서만 이뤄진 연구라 결함이 있었고,흑백논리로 인해 다른 과학적 논의를 막아버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유전자변형농산물,광우병,지구온난화,전자기장,우울증 치료제 등 다양한 이슈와 주제들을 다루면서 잘못된 과학정보를 가려내는 20가지 방법을 보여준다.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왜 과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지,어떤 쟁점에 이해가 걸린 사람들은 누구인지,어떤 결정에 따르는 장 · 단점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비교와 대비,인과관계와 우연의 일치를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수한 것과 일반적인 것의 구분,숫자의 마술,과학과 정책의 관계,상투적인 속임수 등에 유의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찾고 분석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