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MB 물가관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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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격감시 실패로 끝나
韓銀 통한 유동성 조절이 正道
韓銀 통한 유동성 조절이 正道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선보인 '첫 작품'은 행정지도를 통해 통신요금을 내리고 52개 품목의 가격관리로 생활물가를 안정시킨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제의 정책 사고는 '반(反)시장적'이었다. 행정지도는 법령에 의하지 않은 불량규제의 전형이며,가격관리는 사실상 가격규제를 의미한다. 첫 작품은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새 정부의 상징이 돼 버렸다.
'MB 물가관리'는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정책 수명'이랄 것도 없이 이내 정책시야에서 사라졌다. 정책 콘텐츠를 갖지 못한 나머지 그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MB 물가관리는 일반인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추억'이란 이름으로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 온 집단이 있다. 바로 정부 조직이다. 추억은 부활하게 마련이다.
정부는 지난 8일 물가안정 차원에서 '가격 중점 감시 품목' 48개를 선정, 발표했다. 기준은 국민 생활과의 관련성,산업집중도,그리고 국내외 가격차 등 세 가지다. 그 중 국내외 가격차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국내외 품목별 시장규모와 업계 현황,유통구조,관세,소비세제 등을 비교한 뒤 '시장 환율'과 '구매력지수(PPP) 환율'을 적용해 외국보다 국내가격이 높은 품목을 특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물가안정 대책은 이들 품목의 가격동향을 감시하고 국내외 가격 차이를 비교해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은 실패할 개연성이 크다. 정책의지만 앞섰지 정책인식이 냉정하지 않고 정책접근도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국내외 가격차이에 안주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심증일 뿐이다. 만약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수입을 확대하고 담합 등의 공동행위를 처벌하면 된다.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면 된다. 이처럼 '일반 원칙'에 의거한 시장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따라서 가격감시 품목이 굳이 '48개'일 이유는 없다. 국내외 가격차는 오히려 당연하다. 그래서 무역이 생겨난 것 아닌가.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해서 가격 인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만큼 '반시장적'인 것도 드물다.
'구매력지수 환율'은 화폐의 구매력에 기초한다. 3500원 하는 빅맥이 미국에서는 3.71달러이기 때문에 구매력환율은 달러당 943원이다. 하지만 이달 17일 현재 시장환율은 달러당 1144.90원이다. 구매력환율을 기준으로 보면 원화 가치는 상당 정도 '저평가'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2010년 구매력환율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에 근접한 데 반해,시장환율 기준 1인당 GDP가 2만달러에 지나지 않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구매력환율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상품은 한 방향으로 상대국의 재화에 비해 비싸진다. 따라서 구매력환율에 기초한 국내외 상품가격 비교가 갖는 의미는 반감(半減)될 수밖에 없다.
10월 소비자물가는 4.1% 급등했다. 인플레이션 억제가 시급하다.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기 때문에 유동성 조절을 통해 거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도다. 그동안 금리 정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환율 변수가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환율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금리정책이 운신할 여지가 넓어졌다.
물가안정은 통화정책을 통한 한국은행의 몫이다. 정부가 '가격감시'라는 명분으로 시장에 개입할 이유는 없다. 인수위 시절 'MB 물가관리'가 성공적이었는지를 뒤돌아보면 그 이유는 자명해진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MB 물가관리'는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정책 수명'이랄 것도 없이 이내 정책시야에서 사라졌다. 정책 콘텐츠를 갖지 못한 나머지 그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MB 물가관리는 일반인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추억'이란 이름으로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 온 집단이 있다. 바로 정부 조직이다. 추억은 부활하게 마련이다.
정부는 지난 8일 물가안정 차원에서 '가격 중점 감시 품목' 48개를 선정, 발표했다. 기준은 국민 생활과의 관련성,산업집중도,그리고 국내외 가격차 등 세 가지다. 그 중 국내외 가격차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국내외 품목별 시장규모와 업계 현황,유통구조,관세,소비세제 등을 비교한 뒤 '시장 환율'과 '구매력지수(PPP) 환율'을 적용해 외국보다 국내가격이 높은 품목을 특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물가안정 대책은 이들 품목의 가격동향을 감시하고 국내외 가격 차이를 비교해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은 실패할 개연성이 크다. 정책의지만 앞섰지 정책인식이 냉정하지 않고 정책접근도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국내외 가격차이에 안주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심증일 뿐이다. 만약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수입을 확대하고 담합 등의 공동행위를 처벌하면 된다.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면 된다. 이처럼 '일반 원칙'에 의거한 시장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따라서 가격감시 품목이 굳이 '48개'일 이유는 없다. 국내외 가격차는 오히려 당연하다. 그래서 무역이 생겨난 것 아닌가.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해서 가격 인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만큼 '반시장적'인 것도 드물다.
'구매력지수 환율'은 화폐의 구매력에 기초한다. 3500원 하는 빅맥이 미국에서는 3.71달러이기 때문에 구매력환율은 달러당 943원이다. 하지만 이달 17일 현재 시장환율은 달러당 1144.90원이다. 구매력환율을 기준으로 보면 원화 가치는 상당 정도 '저평가'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2010년 구매력환율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에 근접한 데 반해,시장환율 기준 1인당 GDP가 2만달러에 지나지 않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구매력환율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상품은 한 방향으로 상대국의 재화에 비해 비싸진다. 따라서 구매력환율에 기초한 국내외 상품가격 비교가 갖는 의미는 반감(半減)될 수밖에 없다.
10월 소비자물가는 4.1% 급등했다. 인플레이션 억제가 시급하다.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기 때문에 유동성 조절을 통해 거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도다. 그동안 금리 정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환율 변수가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환율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금리정책이 운신할 여지가 넓어졌다.
물가안정은 통화정책을 통한 한국은행의 몫이다. 정부가 '가격감시'라는 명분으로 시장에 개입할 이유는 없다. 인수위 시절 'MB 물가관리'가 성공적이었는지를 뒤돌아보면 그 이유는 자명해진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