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도 묵살하는 '간 큰 공무원들'
일선 부처 공무원들이 대통령 지시사항과 관련된 주요 국정과제를 깔아뭉개고 있는 일이 잦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취약계층 일자리,공공부문 효율화,교육제도개선 등의 분야에서 271개 대통령 지시사항의 추진실태를 점검한 결과 일부 부처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이행종료'보고를 했으며 실적도 과장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7월3일 4대강사업 등 5개 녹색뉴딜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지방국토관리청 등은 취약계층을 참여 기업에 알선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참여기업과 직접 관계가 없는 보건복지콜센터에 "참여기업으로 하여금 취약계층을 우선 고용하도록 조치하라"는 협조공문만 내려보낸 뒤 방치했다. 지방국토관리청은 또 취약계층과 무관한 건설인력지원단의 취업알선(월 평균 80명)을 이행실적으로 허위등록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가정부양책임자에게 일자리를 우선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라(2009년 3월19일)"는 대통령 지시사항도 일선 부처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겉돌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육성사업'등 7개 일자리 사업(예산 4538억원 · 일자리 6만9000여개)을 추진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작년 4월 "가정부양책임자가 우선 선발될 수 있도록 하라"는 공문만 각 지방노동청에 통보하고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종료'를 승인받았다.

대기업 회장이 장학기금으로 기부한 743억원도 방치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12월 확대경제대책회의에서 "대기업 기부금 사용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4월까지 기부금운영위원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식을 기부받고 4년이 지나도록 장학사업의 기본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쌀막걸리 · 쌀국수를 강조하며 쌀 소비대책을 수 차례 지시했지만 일선 부처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군 경찰 학교 등에 공급되는 밀가루 식품을 쌀가공식품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법무부와 경찰청과는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공건물의 에너지효율 1등급 인증을 의무화했지만 정작 소관부처인 지식경제부는 대상 건물의 신축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추진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관련, "감사 때 지적된 사항에 대해 소관부처별로 추진계획을 보완하고 개선방안을 수립하는 등 후속조치를 마련해 시행 중"이라며 "대통령 지시사항이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은 다만 "271개 지시사항 가운데 개선 ·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된 13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시사항(95.2%)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