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증시를 강타한 '11 · 11 옵션쇼크'는 중국 위안화 절상을 노린 외국인의 투기성 자금에 의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 6월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하면서 국내 채권 및 파생상품 시장에 환차익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17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이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한 후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83위안에서 6.63위안(16일 기준)으로 5개월 만에 2.9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 · 달러 환율은 1202원60전에서 1129원50전으로 6.07% 떨어졌다. 김일구 대우증권 채권분석부장은 "상대적으로 가파른 원화 강세는 위안화 강세를 노린 외국인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원화자산을 대안으로 삼아 자금 유입 규모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일부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국내 파생상품 거래도 증가세를 보였다"며 "지난 11일 옵션만기일 쇼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위안화 절상속도가 둔화될 것이란 판단에 투기자금 중 일부가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6조~8조원 사이에 머물던 유가증권시장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위안화 강세와 원 · 달러 환율 하락이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10조원을 넘어서며 연일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한 증권사 파생담당 애널리스트는 "한국에 비해 중국의 파생상품시장은 외국인에게 덜 개방돼 있다"며 "중국 주식에 투자하면서 추가적인 환차익과 헤지거래를 위해 국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원 · 달러 환율이 1107원30전을 바닥으로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위안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매수차익 잔액이 늘어난 점도 외국인이 원화보다는 위안화 움직임에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6월 이후 채권시장에서도 선물 통화스와프 등 헤지수단이 없는 장기 채권에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며 "이는 외국인이 환차익을 노리고 한국 채권을 사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를 중심으로 아시아 통화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채권이 투자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기관투자가 대상 채권 투자설명회를 가진 신민식 한화증권 채권팀장은 "한국 채권에 신규 투자를 타진하는 헤지펀드와 은행 등 해외 투자자들이 많았다"며 "이들은 한국의 자본규제에도 물가를 감안한 원화가치가 저평가돼 있어 투자 매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