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세청이 스위스 은행인 UBS에 비밀계좌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인 4000명의 명단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들을 탈세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USA투데이가 17일 보도했다.

국세청은 UBS로부터 고객 명단을 넘겨받기로 하고 이 은행과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국세청은 2002~2007년 UBS가 미국인 고객 자금 200억달러를 불법적으로 은닉하도록 도왔고 이로 인한 탈세 규모가 연간 3억달러에 달한다며 이 은행을 연방 법원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UBS는 혐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결국 7억8000만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했다.

더글러스 슐먼 국세청 집행위원은 "이들 명단을 조사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탈세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며 "법무부와 긴밀히 공조해 고발 범위와 내용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주재 스위스 대사관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명단을 국세청에 넘기는 것에 반발해 스위스 법원에 제소했다"며 "내달 스위스 법원의 심리가 끝난 후 명단을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은행 비밀주의'로 미국과 유럽 각국으로부터 탈세 혐의자를 비호한다는 비난을 받자 지난해 3월 이를 완화키로 하고 각국 정부와 조세협정을 개정하는 작업을 해왔다.

미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 재산 은닉자들을 대상으로 자진 신고프로그램을 운용한 결과, 1만5000명이 자발적으로 탈세혐의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낸 세금은 1인당 20만달러가량이었다.

슐먼 집행위원은 "만일 UBS 계좌 보유자들이 이들 1만5000명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스위스 외에 다른 곳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HSBC 고객들도 법무부로부터 세금 납부와 관련된 편지를 받았으며 일부 이스라엘 은행들도 (미국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해 미국 정부가 해외 은닉 재산에 대한 과세를 위해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