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학생들이 경기 전망 악화로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과 노동후생성의 조사에 따르면 내년 봄 졸업 예정인 대학생의 10월1일 현재 취업 내정률은 57.6%로 전년 동기에 비해 4.9%포인트 낮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이는 '취업 빙하기'로 불렸던 2003년의 60.2%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것으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이 조사는 전국의 국공립과 사립대학, 전문학교 등 112개교 625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취업 희망자 중에서 취직이 내정된 학생의 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대학교 3학년 때 기업 인턴십을 경험하고, 4학년이 되면 곧바로 입사지원을 해 대개 여름방학을 전후해 취업이 결정된다. 때문에 지금까지 취업이 내정되지 않았다면 1년간은 실업자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봄 졸업 예정 대학생 중 남학생의 취업 내정률은 59.5%로 전년 동기 대비 3.8%포인트 하락했다. 여자는 55.3%로 전년 동기 대비 6.3%포인트 떨어졌다. 문과계열은 1년 전에 비해 3.8%포인트 낮아진 57.4%,이공계는 10.2%포인트 하락한 58.3%를 기록했다. 전문학교 학생을 포함한 전체의 내정률은 54.0%로 1년 전보다 5.1%포인트 떨어졌다.

내년 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취업 희망자의 취업 내정률은 9월 말 현재 40.6%로 전년 동기보다 3.0%포인트 높아졌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올해 극심한 취업난이 예상돼 전국 고등학교와 취업 지원기관들이 고교생의 구직활동을 서둘러 시작한 것이 고교생의 내정률이 높아진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청년들이 이처럼 최악의 취업난을 맞게 된 것은 엔고 여파 등으로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대기업들이 내년 신규 채용을 극도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는 올 3분기(7~9월) 실질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9%에 달하는 등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엔화 강세로 4분기(10~12월)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 구직자를 기준으로 한 대졸 취업률은 55.0%로 일본보다 청년 실업이 더욱 심각한 상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