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되자 증권사들이 잇달아 현대건설 목표주가를 내리는 등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금 조달여력이 크지 않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무리한' 가격에 인수하게 되자 현대그룹 뿐 아니라 현대건설도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7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새 주인 후보로 선정됨으로써 회사의 성장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 자본유출 리스크도 확대됐다며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기존 9만2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낮췄다.

이 증권사 변성진 연구원은 "현대그룹이 인수가격으로 써 낸 5조5000억원을 외부차입 3조원과 보유현금,유상증자 등 2조5000억원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외부차입 대부분을 사실상 현대상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현금확보를 위한 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변 연구원은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에 편입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규정 탓에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현대상선 지분 8.3%는 매각돼야 한다. 매각 단가를 3393억원으로 추산할 경우 이 자금은 고스란히 현대건설에 유입된다.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중인 현대증권 지분 23.17%를 비롯, 현대아산 지분 58.21%, 현대로지엠 지분 37.32%를 현대건설에 팔아 1조3018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총 9625억원의 순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KTB투자증권도 현대건설의 자산유출 가능성을 우려, 이 회사 목표주가를 기존 9만3000원에서 7만9000원으로 내렸다.

백재욱 연구원은 "현대그룹이 계열사 자산을 현대건설에 매각하는 방법 이외에도 현대건설 자산을 매각한 뒤 유상감자를 실시해 인수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도 있다"며 현대건설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강광숙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미 알려진대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자금으로 4조8000억원을 조달했는데 이 중 2조5300억원이 차입된 것"이라며 "인수금액이 당초 예상을 웃돌면서 나머지 7000억원도 차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강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인수자금 상환 부담을 우회적으로 현대건설에 전가하거나, 현대건설의 인력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주가의 할인 요인이 될 것"이라며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현 주가(16일 종가) 6만2200원보다 낮은 6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매도' 의견이다.

그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다시 선정되거나, 현대그룹이 인수자금 부담을 현대건설에 전가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주고 시장이 이를 받아들였을 때 주가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알토란 같은 유무형 자산이 과연 유지될수 있을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0만6500원에서 6만3700원으로 크게 낮추고 '중립'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