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대로 16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인상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선언으로 환율 갈등이 가라앉게 되자 부담을 던 한은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방지를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제 관심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떤 속도로,어느 수준까지 높일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한은,물가상승 억제로 선회

[韓銀, 기준금리 0.25%P 인상] '환율 걱정' 덜자 인플레 억제로 급선회…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한은 집행부는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각종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6%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치솟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7월 기준금리 첫 인상 이후 9월이나 10월에 추가 인상이 이뤄졌어야 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금통위가 금리 인상을 미룬 것은 부동산시장 침체(9월)와 글로벌 환율전쟁(10월) 때문이었다.

금통위가 뒤늦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요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은 최근 들어 하락세가 멈췄고,G20 서울선언에 신흥국의 외국 자본 규제 근거가 포함돼 글로벌 환율전쟁도 완화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G20 서울 정상회의 직후 "환율전쟁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발표해 금통위원들이 부담을 크게 덜었다.

여기에다 배추값 파동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까지 올라 한은으로선 기준금리 인상을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으로 몰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4.1%는 한은이 자체 설정한 중기 물가안정목표(3±1%)의 상단(4%)을 넘어선 것이다. 김 총재는 "채소류 가격이 안정된다 하더라도 경기 회복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향후 3%대 물가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3%대 물가상승률 역시 한은의 목표치(3%)를 웃도는 것이기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추가 인상 시기와 폭은

김 총재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연 2.5%) 역시 완화적이라고 본다"고 말해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금통위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융완화 기조'라는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출구전략을 본격 시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지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12월에는 기준금리 인상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김 총재가 최근 언급한 적이 있다"며 "12월엔 자금 수요가 많은 데다 11월 인상의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전망에 대해선 크게 엇갈린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내년엔 선진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데다 재정위기나 환율전쟁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며 "한은이 상반기 중 세 차례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중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면 연 3.25%가 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최저 수준으로 신용카드 부실 사태 당시의 금리 수준이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상당 기간 동결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금통위가 '금융완화 기조' 문구를 삭제했지만 긴축을 시사했다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그대로 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 총재는 "금통위가 기준금리 수준을 타깃으로 정해놓고 있지 않으며 매달 국내외 경제 · 금융 상황을 판단해 결정한다"고 언급했다.

◆가계 기업 부동산 영향은

삼성경제연구소는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연간 기업과 가계의 순이자부담이 7조원에 육박한다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으로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기업이 연간 5조4000억원,가계가 1조3200억원으로 계산됐다. 한은이 지난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고 이 수준만큼 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출금리를 올리면 연간 늘어나는 순이자부담은 3조5000억원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에서 "시중금리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원화 가치 절상까지 초래된다면 우리 기업에 큰 부담"이라며 "내년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국내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차례에 걸친 0.5%포인트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나 기업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기준금리 인상폭만큼 시장금리가 오르지 않을 수 있어 각 경제주체들의 부담이 커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이 부동산 경기에 악재지만 이번 인상이 예고됐으며 그 폭이 크지 않은 만큼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