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유로존 국가들과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는 문제를 놓고 연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을 비롯 현지 언론들은 아일랜드와 유럽연합(EU) 사이에 구제금융과 관련한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아일랜드 정부가 연일 구제금융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최근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독일 채권과의 수익률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지는 등 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지난 5월 그리스에 이어 EU의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일단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일축했다.아일랜드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와 접촉하고 있다면서도 유로안정기금(EFSF)에 8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내년 중반까지 채권 시장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아직은 여유가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배트 오키페 아일랜드 기업통상혁신부 장관은 이날 “아일랜드가 힘들게 얻은 주권을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유럽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일랜드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지원을 고려한 적도 없다” 며 “아일랜드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그들이 만약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 며 “우리는 아일랜드에 압력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유로존 국가들과 EU는 아일랜드 정부에 구제금융 수용을 요구하는 분위기다.포르투갈의 페르난도 산토스 재무장관은 이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일랜드가 자국 이익뿐 아니라 유로존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며 “아일랜드 정부가 아일랜드와 유로존 모두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EU도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보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수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이 지연될 경우 자칫 그리스처럼 전체 유로존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우리도 구제금융을 고려하고 있을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주 아일랜드의 채권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포르투갈,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들의 채권 수익률도 덩달아 올라 유로존은 위기에 몰리고 있다.일각에서는 아일랜드 정부가 정부 차원의 구제금융 보다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아일랜드 입장에서는 EU에 종속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체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EU측과 이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빅토로 콘스탄치오 유럽중앙은행 부총재는 “유로안정기금은 금융기관으로 직접 대출될 수 없으며 그리스처럼 정부에 대출해 준 자금을 정부가 원하는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을 뿐”이라고 못박았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