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 재편)이 전개되고 있다. 기회를 충분히 누리기도 전에 새로운 경제질서에 적응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아시아 국가들과 선진국 환율의 역전현상을 맞이하면서 전 세계 생산기지와 수요시장이 급격한 혼란에 빠지게 됐다. 국내와 중국의 생산설비에 의존하던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에도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단위 공장에서 저렴한 제품 생산을 통한 해외로의 수출 개념을 버린,좀 더 정교한 형태의 양방향 글로벌라이제이션 모델의 진화가 필요해졌다.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네트워크 구축

과거 선진국 기업들은 이머징 시장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진출했지만,판매 전략에서는 자국에서와 비슷한 고객층을 공략하는 단일성(oneness) 전략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금같은 새로운 글로벌라이제이션 현실에서는 단일성만으로는 세계시장의 승자가 될 수 없다.

이머징 시장은 선진시장과 다르며,이머징 시장 간에도 국가별 · 도시별로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성(manyness)에 눈을 돌려야 한다.

다양한 계층의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각 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과 역량들을 극대화하는 것은 기본이지만,각 현지 시장의 다양성에 대응하다 보면 결국 전체 시스템의 통일성을 해치고 오히려 역(逆)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통합적인 글로벌 경쟁우위 구축을 위해서는 시장 확대,글로벌 자원 활용,현지 다양성 흡수,글로벌 네트워크의 효과적 조율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다양성을 통한 시장 확대

이머징 국가의 도시별로 다른 산업화를 감안해서 원래의 상품 및 서비스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 GE는 이머징 시장의 다양성을 인지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가 선진국 시장 내 병원을 위해 개발한 고성능 의료용 영상기기는 인도와 중국에서는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 사용하기에 너무 크고 비쌌다. 이들 이머징 국가 의료기관은 이동이 쉽고 값은 매우 저렴하면서,적당한 성능을 지닌 기기를 원했다.

이에 따라 이머징 시장을 겨냥한 1000달러대의 소형 심전도기를 개발,큰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이 제품이 지금 미국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미국 도심지역 병원이나 일반의원이라는 틈새시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머징 시장을 공략해 개발한 상품이 오히려 다른 시장으로 확산된 현상으로,GE는 이것을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자원의 적극적 활용

환율 변화에 따른 최적의 생산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R&D를 포함한 모든 기능을 입체적으로 재조합해 글로벌 인재 풀 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타타 케미컬은 분산된 R&D 센터 운용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에도 인도와 영국,미국에 R&D센터를 운용하며 글로벌 및 현지의 역할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역량 공유는 물론 현지 R&D센터에서의 원활한 인재 공급 및 유지,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현지 시장의 다양성 흡수

현지 시장의 다양한 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품 생산 과정의 혁신뿐만 아니라 판매 · 신용전략까지도 과감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르노는 가격에 민감한 동유럽 고객을 공략하기에는 클리오와 같은 소형차 모델이 너무 값이 비싸며,프랑스 내 자동차 엔지니어들이 저가 자동차를 설계한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알고 루마니아 자회사 다시아에 팀을 구성해 클리오의 기본 플랫폼을 재구성한 '로간'이란 차를 만들어 40% 낮은 값을 책정할 수 있었다. 이후 인도시장 진출 시에 인도의 마힌드라와 협력,추가로 15% 가격을 더 인하할 수 있었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효과적 조율

적극적인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와 동시에 세계를 대상으로 한 가치사슬 구축,유기적인 노하우 이전을 통해 최적화된 시스템을 완성해야 한다. 화이자는 다수의 인수 · 합병을 거치면서 세계 각지에 퍼진 제조공장과 연구시설을 더 잘 조율할 필요성을 느끼고 전문성과 비용우위가 가장 높은 부문을 중심으로 제조 · 소싱 · 연구활동을 최적화해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상하이에 글로벌 R&D센터를 열어 아시아 지역에 비용우위 및 역량을 구축,세계적으로 활용한 것이 단적인 예다.

박성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