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은 이슬람력(曆) 아홉 번째 달로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금식을 하는 이슬람교 최대의 종교 행사다. 그러나 최근에는 라마단이 대규모 소비가 이뤄지는 축제로 변모하고 있다. 해가 진 뒤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기업들은 일몰 시간에 맞춰 할인행사를 여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인다. 부유한 무슬림들이 기부를 위해 물건을 대량 구입하면서 라마단 기간의 식료품 매출은 평소의 4배로 늘어난다.

인구 16억명의 무슬림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그간 무슬림에 대해서는 금욕주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이들은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고,소비성향도 높다. 기업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무슬림은 주로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 거주하지만 독일(407만명) 프랑스(355만명) 미국(245만명) 영국(165만명) 등 서구 지역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무슬림은 다산(多産)을 미덕으로 여겨 출산율이 높고 다른 종교에서 무슬림으로 개종하는 인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럽의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면서 유럽과 아라비아를 합성한 '유라비아(Eurabia)'라는 말도 생겼다. 한스 블레징거 독일 뮌헨대 교수는 2025년 유럽 인구의 10%를 무슬림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무슬림은 소비성향이 높아 의식주에 관한 것은 물론 고급 주택과 자동차 등 프리미엄 제품도 많이 구입한다. 서구의 소비문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오일 달러를 기반으로 구매력이 높아지면서부터 서구 문화를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수용하는 모습이 확산됐다.

개인적 친분관계를 뜻하는 '와스타(wasta)'를 중시하고 집단의식이 강해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는 점도 무슬림의 특징이다.

무슬림 여성의 소비문화도 주목할 만하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가정의 구매결정권을 독점했지만,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여성의 발언권이 높아졌다.

엄격한 교리와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개성을 추구하는 무슬림 여성이 많아졌고 인테리어와 주방용품,자녀교육을 위한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여성 억압의 상징이던 베일도 색상과 형식이 다양해지는 등 패션 아이콘으로 변하고 있다. 베일에 가려지지 않은 눈을 돋보이게 하는 화장품 매출도 늘고 있다.

무슬림 시장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여전히 종교적 색채가 강해 이 지역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슬람교는 우상 숭배를 엄격히 금지하기 때문에 제품에 생물체 문양을 넣어서는 안된다.

이슬람을 상징하는 녹색과 흰색 붉은색 검정색 금색 등은 선호하지만,이스라엘을 상징하는 푸른색은 금기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매장 내 상품을 진열하거나 마네킹을 전시할 때도 종교적 금기에 저촉되지 않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 · 음료 분야에서는 허락을 뜻하는 '할랄(halal)'이 필수다. 이슬람의 독특한 도축 과정인 다비하를 거친 고기와 각종 해산물은 허락되지만,그렇지 않은 고기와 술 등은 금지 음식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지역적 · 문화적 거리감으로 인해 무슬림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다. 한국 기업은 비교적 경험이 많은 동남아 시장을 중동 및 전 세계 무슬림 시장 진출의 기반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젊은 무슬림 사이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좋은 평판이 이들의 친구와 가족에게 확산되도록 하는 전략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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