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기상 후 1시간 이상 관절 뻣뻣하다면 류마티스 의심…조기진단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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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은 여성 환자가 70~80%를 차지한다. 이 중 40대 이하에서 3분의 1가량에 이를 정도로 여성을 괴롭히는 질환 중 하나다. 자기 신체조직의 일부에 항체가 생겨 우리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뜻하지 않게 발생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절이 뻣뻣한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고 움직이기 힘드는 등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면 의심해보고 정밀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특정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에게 더 잘 생길 수 있다. 배상철 한양대류마티스병원 교수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1482명과 건강한 대조군 11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HLA-DRB1 SE 유전자 두 쌍을 보유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릴 위험이 12.7배 높았다.
후천적으로 바이러스질환 감염,진폐증 같은 직업병,흡연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이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 확률을 높인다. 결국 이 질환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배 교수 조사에서는 HLA-DRB1 SE 유전자 두 쌍을 가진 흡연자는 류마티스 관절염 위험이 24.6배 높았고 이들이 항CCP항체까지 양성이면 그 위험이 36.1배까지 올라갔다.
류마티스는 혈액검사상 류마티스 인자,백혈구 수치,적혈구 침강 속도,C-반응단백(CRP)이 정상치보다 높거나,X-레이 검사로 골미란(염증으로 관절뼈가 붉어짐)이 보이거나,골밀도 검사상 골밀도가 낮을 때 진단된다. 류마티스 인자는 우리 몸에 생기는 자가항체로 류마티스 관절염 외에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 류마티스 환자의 80% 정도는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지만 질병이 전혀 없는 사람의 5~10%에서도 양성으로 나오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류마티스 인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류마티스 환자는 아니며 류마티스가 음성이라고 해서 류마티스에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항CCP항체로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조기 발견하는 방법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항CCP항체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생기는 자가항체의 하나로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타나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다. 항CCP항체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매우 특이하게 나오는 항체이므로 관절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류마티스 관절염의 확진에 적합하다. 많은 전문의들이 빠른 시일 안에 보험이 적용되길 바라고 있다.
X-레이 검사로 보기 어려운 골미란의 진단에는 비(非)보험이긴 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유용하다. 주지현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센터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나타나는 활막(관절을 둘러싸고 있으며 윤활액을 분비하는 막)의 비후나 골미란,골수 부종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 MRI 검사를 시행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국내에서는 비용 때문에 전체 환자의 46%만 MRI를 촬영하고 있어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는 염증 악화를 차단하는 약물을 쓰는 게 1차적 요법이다. 지속적으로 관절이 손상되고 있는데 식사요법이나 민간요법으로 개선해보겠다는 생각은 대체로 실패하기 십상이다. 약물 치료는 질병의 경과와 약물의 치료 반응에 따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스테로이드제제,항류마티스제제(DMARD),면역억제제,생물학적 제제<종양괴사인자(TNF-α)억제제>가 순차적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적극 쓰인다. 한국애보트의 '휴미라',한국MSD의 '레미케이드',한국화이자의 '엔브렐' 등 3종의 주사제가 있다. 기존 약제를 6개월 이상 투여해도 반응이 없는 환자에게 쓰며 만약 기존 약이 잘 듣는다면 굳이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할 근거는 희박하다. 지난달부터 보건복지부는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 기준을 완화하고 생물학적 제제의 보험급여 인정 투여 기간을 최장 51개월로 연장하고,이를 넘어도 본인 부담률이 46%를 넘지 않도록 했다. 다만 레미케이드는 51개월이 지나도 급여 혜택을 계속 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생물학적 제제는 TNF-α를 억제해 류마티스 관절염의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데 각 약제마다 투여 방법과 간격의 차이만 있을 뿐 효과 면에서는 대등소이하다고 주 교수는 설명했다. 휴미라는 2주에 한 번 피하주사,레미케이드는 0 · 2 · 6주 투여 후 매 6~8주 정맥주사,엔브렐은 매주 두 번 피하주사한다. 이에 따라 환자별로 치료 반응을 봐가며 어떤 약제가 적합한지 의사가 골라준다.
휴미라는 100% 사람유전자재조합 항TNF-α단일클론항체로 만든다. TNF-α는 세포 표면에서의 단백질 수용체(p55,p75)와 결합해 염증을 유발하는 활동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항체 약물은 자신과 맞서는 또 다른 항체가 생길 경우 약효가 떨어지고 폐렴이나 감염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데 쥐(마우스) 유래 항체를 25%가량 포함한 레미케이드와 달리 휴미라는 100% 사람 유래 항체여서 이 같은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이 밖에 BMS는 오렌시아(성분명 아바타셉트)라는 새로운 기전의 약제를 개발 중이다. 항원전달세포와 T세포 간의 활성화 과정을 방해하는 약제로 현재 쓰이는 TNF억제제나 B세포억제제와는 전혀 다른 약리기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 생물학적 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사용할 여지가 많은 약제로 평가된다.
김호연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센터장은 "과거에는 7가지 진단 기준 중 4가지가 6주 이상 지속돼야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점수제로 바뀌어 6주 이내에서도 여타 다른 증상이 심하면 확진하는 쪽으로 진단 기준이 완화됐다"며 "활막의 증식과 혈류 정도,연골 마모와 골미란을 MRI나 관절초음파,항CCP항체 수치 등으로 검사해 류마티스를 조기 발견 · 치료해야 관절의 변형이나 류마티스의 전신질환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는 미세혈류를 파악하는 손톱주름모세혈관 현미경 검사와 활액의 결정을 채취해 분석하는 편광 현미경 검사를 도입해 조기 진단에 도움을 주고,확진에 필요한 자가항체 면역검사를 방문 당일에 마쳐 호응을 얻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