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학교라면 최소한 그 시대를 이끌어 갈 리더를 길러낸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

미국 최고 수준의 주니어 보딩스쿨(6~9학년 · 기숙학교)인 '럼지홀'의 토머스 파먼 교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럼지홀은 재학생에게 다양한 문화권의 선 · 후배와 동료,각계 지도층 인사와 교류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모습과 덕목을 터득하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럼지홀과 인연을 맺은 한국인 재학생 학부모와 졸업생들을 만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올해로 개교한 지 111년이 된 럼지홀은 미국 코네티컷주 워싱턴시에 있으며 미국에서 명문 사립중학교로 꼽힌다. 졸업생 대부분이 하버드대,예일대 등 아이비리그(미 동북부 8개 명문대) 진학률 기준으로 상위 10위권에 드는 로렌스빌,미들섹스,세인트 폴스 등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있다.

전 세계 10여개국에서 모인 재학생 315명 가운데 한국인 학생은 24명.파먼 교장은 "매년 한국인 학생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며 "한국인 유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교사 및 동료 학생들과 가족 같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먼 교장이 가장 중점을 두는 교육 원칙은 리더십.학생들로 하여금 학교 이사진은 물론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들을 직접 만나게 하는 방식으로 리더십을 습득하게 한다. 그는 "학생들 스스로 팀을 짜 만나고 싶은 인사를 정하고 면담 요청도 직접 한다"고 소개했다.

스포츠 활동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하키,풋볼 등 39개의 운동클럽이 있으며 매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모든 학생이 참여한다. 파먼 교장은 "운동을 즐기면서 소속팀과 조직을 이끄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에서 혼자 게임을 하며 자란 학생과 다양한 인종의 친구와 스포츠를 즐기며 성장한 학생의 미래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럼지홀은 학생을 선발할 때 '자립심'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교장이 직접 학생과 함께 온종일 캠퍼스를 둘러보며 학교의 교육철학을 설명하고 면담을 진행한다. 학생 스스로 '내가 반드시 가야만 하는 학교인가'를 판단하게 하려는 배려다. 파먼 교장은 "학교를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보다,이 학교에 진학함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베풀 수 있을까 생각하는 학생을 뽑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교사 선발 방식도 독특하다. 교사 지원자를 학교로 불러 학교 안에 있는 교장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게 하는 것도 교사 선발 면접시험 중 하나다. 파먼 교장은 "학생들과 가족처럼 생활하며 돌봐줄 수 있을 만큼 인격을 갖춘 교사를 뽑기 위한 과정"이라며 "이사회는 물론 학부모회의 평가까지 거칠 정도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교사를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