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다시 '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목표로 잡은 국내 주식 비중을 아직 채우지 못한 가운데 지수가 크게 하락해 추가적인 매수세 유입도 기대할 만하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자동차주를 팔고 정보기술(IT)주와 금융주를 적극 사들이고 있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는 자동차주보다는 업황이 바닥을 기고 있는 IT주와 금리인상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주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추가 매수여력 최대 3조원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은 지난 7월 525억원을 고점으로 이달 10일까지 19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보이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수가 1910선으로 내려앉은 지난 11일 연기금은 768억원,12일에는 2386억원을 순매수하며 다시 매수 강도를 높였다.

이로써 연기금은 올 들어 전 주말(12일)까지 모두 7조7977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민연금은 9월 말 기준 총적립금이 312조원으로 이 중 15.29%인 47조7288억원(직접투자+위탁매매)을 국내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올해 주식 보유 목표비중으로 제시한 16.6%를 채우려면 4조원가량을 더 사야 한다. 10월 이후 이미 1조991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추가 매수 규모는 최대 3조원이다. 하루 평균 1000억원가량 매수 여력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자동차주 팔고 IT · 금융주 사고

이달 들어 연기금의 관심 종목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자동차주를 대거 처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2일까지 연기금 순매도 종목을 보면 기아차(-528억원)가 1위에 올라있고 만도(-233억원) 현대모비스(-217억원)가 각각 5,7위를 기록했다. 연기금은 9월까지만 해도 자동차주를 적극 매수했지만 지난달부터 매수 강도가 약해지더니 이달엔 아예 차익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반면 금융주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2주 동안 삼성화재를 1682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1위를 기록했고,삼성증권 기업은행 삼성카드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IT 블루칩에 대해서도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이닉스를 587억원어치 순매수했고,삼성전자(298억원)와 삼성SDI(145억원) LG디스플레이(130억원)도 상대적으로 많이 샀다.

◆IT · 금융 반등 기대 높아

저가 매수가 주된 전략인 연기금이 IT · 금융주를 담는 것은 향후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동차주 주가 흐름이 여전히 좋기는 하지만 6개월 뒤를 내다보면 이미 많이 오른 자동차주보다 IT주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IT주 업황이 조만간 바닥을 찍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PC용 DDR3 D램 반도체 가격이 지난달에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늦어도 내년 1분기 후반부터는 급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반도체 업체의 실적도 빠르면 내달을 저점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악재는 대부분 노출돼 있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작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비중을 늘릴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금융주들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수혜 기대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만 "IT주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려면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등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회복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주도 금리인상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김동윤/강지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