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에서 13일부터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역내 성장과 무역 자유화 촉진 방안을 담은 선언문 '요코하마 비전'을 채택하고 14일 오후 폐막했다. 이번 회의에서 APEC은 단순한 '경제 협력체'에서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은 일부 다졌다. 그러나 의장국인 일본이 APEC 정상회의보다는 영토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러시아에 대한 양자 외교에 집중하면서 국제적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상회의 결과를 집약한 성명인 '요코하마 비전'의 핵심은 두 가지다. 역내 성장 전략과 무역자유화 촉진 방안이다. 우선 APEC 정상들은 지난 13일 협의에서 경제 불균형 시정과 환경 대책 등 5개항을 중심으로 APEC의 역내 성장전략을 처음으로 정리했다. 균형있는 성장,지속가능한 성장,혁신적 성장,안전 성장 등을 내세운 역내 성장전략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행동계획'은 2015년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 간 이견으로 성장전략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수치 목표까지는 마련하지 못했다.

정상들은 또 21개국이 참여하는 APEC을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상들은 1994년 제시한 '보고르 목표'인 무역 · 투자 자유화에 APEC이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역내 무역투자 자유화 달성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상들은 당면한 과제와 관련,"경제위기의 급속한 확산,성장과 고용의 둔화 등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한 뒤 APEC의 공동체 비전으로 경제적으로 통합된 공동체,견실한 공동체,안전한 공동체 등을 제시했다.

이 밖에 보호주의 억제책으로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의 금지를 앞으로 3년간 연장하는 한편 현재 답보상태인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을 가속화한다는 내용도 선언문에 포함시켰다. 한편 이번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의 관심은 각각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쿠릴열도를 둘러싸고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관계 복원에 쏠려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