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변동성에 베팅…무한대 수익 · 손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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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옵션 투기적 성격 왜 강한가
돌발상황 발생 땐 속수무책…'양매도 전략' 탓 피해 더 커져
개인들 대응속도 느려 큰 손실
돌발상황 발생 땐 속수무책…'양매도 전략' 탓 피해 더 커져
개인들 대응속도 느려 큰 손실
옵션만기일인 지난 11일 옵션시장에서는 '대박'을 터트린 투자자들과 '쪽박'을 찬 투자자들 간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번 사태는 1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드문 경우지만,옵션은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의 변동성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이어서 상대적으로 투기적인 매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권리행사가격이 정해져 있는 옵션은 만기일 코스피200지수의 종가에 따라 단번에 수익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도 수익 극대화를 위해 만기일 옵션거래 비중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시장이 예상대로만 움직여 준다면 현물(주식)과 옵션가격 간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전날처럼 돌발상황이 벌어질 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수익도 손실도 무한대
옵션은 코스피200지수가 정해진 행사가격에 도달했을 때 매수(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상품화한 것으로,살 권리를 의미하는 '콜옵션'과 팔 권리를 의미하는 '풋옵션'이 있다. 옵션은 만기일에 최종 결제되므로 그 전까지는 만기일에 정해진 가격으로 매수 · 매도하겠다는 약속(포지션)만 존재하게 된다.
옵션 투자자는 코스피지수의 향후 움직임을 예상해 자신의 포지션을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만기일 종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미리 사두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래프?P) 당초 예상과 달리 지수가 하락하더라도 콜옵션 매수자는 투자 원금만 날리게 된다.
강세장이 예상될 때 풋옵션을 매도하는 방법도 있다. 지수가 오르면 풋옵션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에 비싼 값에 미리 팔았다 쌀 때 되사들여 차익을 취하는 형태다. 이번 '11 · 11 옵션쇼크'로 기관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은 이유는 최근 주식시장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데다 딱히 이렇다 할 악재가 없어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풋옵션을 대거 매도했기 때문이다.
풋옵션 매도는 코스피지수가 행사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손실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맹점이 있다. (그래프?Q) 옵션만기 때 매수차익거래를 청산하기 위해 선물을 합성선물(콜옵션 매도+풋옵션 매수)로 바꿔둔 기관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풋옵션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피해가 컸다는 설명이다.
◆'양매도 전략'이 화근
기관의 피해가 컸던 또 다른 이유는 옵션만기일 기관들이 취하는 '양매도 전략' 때문이다. 옵션은 시간이 갈수록 권리에 부여된 프리미엄(코스피200지수가 행사가격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게 되는데 양매도는 이를 이용한 매매기법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지수를 205에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와 195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1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매도한 투자자라면 만기일 코스피200지수가 195~205 사이에서만 마감되면 옵션 권리가 사라지는 대신 2원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예상치 못하게 지수가 급락할 경우엔 옵션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매도 투자자는 그 가격만큼을 물어줘야 해 손실을 입게 된다. 결국 양매도는 지수가 예상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지수가 급등락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보통 옵션 매도는 매수보다 10배 이상 높은 거래비용을 치러야 한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은 통상 매수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옵션시장은 '제로섬' 시장이기 때문에 자금이 풍부한 기관들이 양매도를 하면 개인들이 주로 그 옵션을 매수한다. 실제로 행사 가능성이 낮은 풋옵션을 매수했던 개인들이 마치 복권 당첨처럼 대박을 맞을 수 있었던 이유다.
기관들 사이에서도 수익률이 달랐던 이유는 장 마감 30분전 공시로 나온 프로그램 매도에 대한 대응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옵션트레이더는 "발빠르게 매도 포지션을 청산했거나 풋옵션을 매수한 기관들은 이익을 보기도 했다"며 "운용사는 인력이나 시스템면에서 상대적으로 대응속도가 느려 피해를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노경목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