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브랜드를 사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통한 관계 · 문화 · 경험을 산다. 남성 위주의 전통적 전략으론 여성에게 접근할 수 없다. 여성에 대한 이해 없는 마케팅,여성의 특징에 주목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렵다. 기업은 두 가지다. 이런 사실을 깨닫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후자는 멀지 않아 브랜드 지배력을 송두리째 잃게 될 것이다. '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 · 67)이 '팝콘 리포트(1993)'에 이어 내놓은 '클릭! 이브 속으로(2001)'에서 펼친 주장이다. 근거는 여성의 경제력 향상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 여성은 소비재의 80%,자동차와 개인용 컴퓨터의 50%를 직접 사들인다. 주식투자자의 48%가 여성이고 맞벌이 가정 22.7%에서 아내의 수입이 더 많다. 여성창업자는 남성의 2배다.

10년 전 상황이니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추세에 관한 한 우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팝콘은 1974년 컨설팅 전문기업 브레인리저브(BrainReserve)를 설립한 뒤 유명 기업 컨설팅을 담당하는 한편 생명공학자,요리사,정치 지도자 등 600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탤런트뱅크를 바탕으로 미래 예측을 통한 트렌드를 제시해왔다.

대표작인 '팝콘 리포트'에서 그는 다가올 21세기의 트렌드로 험난한 세상을 피해 자신만의 공간에서 안락함을 추구하려는 '코쿠닝(cocooning · 누에고치)',분에 넘치는 명품을 갖고 싶어하는 '작은 방종',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싶어하는 '에고노믹스', 젊고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회춘현상' 등 16가지를 제시,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팝콘 리포트'가 일반적인 현상에 대한 보고서였다면 '클릭,이브 속으로(원제 Eveolution,Eve+Evolution)'는 여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담은 실천서에 가깝다. 팝콘은 이 책에서 여성의 진화는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 · 판매 · 유통 방법을 모두 바꿀 것이라며 기업이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8가지 트렌드를 내놓았다.

남녀의 차이에 주목해 이끌어낸 지침은 복잡하지 않다. '친구를 만들어주라.여성의 99가지 생활을 지원하라,여성의 마음을 한발 앞서라,시선이 닿는 모든 곳을 점령하라,걸어서든 뛰어서든 그녀에게 가라,브랜드 물려주기,공동양육,투명한 브랜드' 등.

'한발 앞서라'에선 이렇게 말한다. "여성은 뭐든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느냐'고 생각한다. 여성고객의 96%는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그저 다시 찾지 않거나 험담한다. " '브랜드를 사는 사람은 순간의 고객이지만 브랜드에 동참하는 사람은 평생 고객'이니 공동양육에 힘쓰고,절대 속이지 말라고 얘기한다. 여성의 눈은 X레이 같아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팝콘의 주장은 간단하다. '삶과 비즈니스를 바꾸고 싶으면 여성의 눈으로 생각하고 보라'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가 아니라 실제 여성 대통령이 탄생될지 모른다. 남성 중심의 관료사회가 여성 중심으로 바뀔 날 또한 멀지 않았다. 말로는 '여자들 세상'이라면서 속으론 '무슨,지들이' 하는 이들일수록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