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최대 수혜주는 기아차·세종공업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증시에서도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특히 최대 쟁점인 자동차주에 대해선 FTA가 어떻게 합의되든 국내 기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기아차 세종공업 등을 수혜주로 꼽는 한편,섬유 전기 · 전자 등에서도 FTA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한 · 미 FTA가 발효되면 양국 간 교역이 늘면서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졌거나 미국과 보완관계에 있는 자동차부품 섬유 가전 기계 등의 업종에서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동차,미국 요구 수용해도 득

이번 추가 협상에서는 △미국산 차량에 대한 안전 · 환경기준 완화 △미국 부품을 사용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 환급 제한 등이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측 요구가 모두 수용되더라도 국내 자동차업계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견해다. 관세 철폐로 미국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시장 공략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임은영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하락세여서 8%의 수입관세가 철폐된다고 해도 물량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미국산 부품 사용 규모가 미미해 부품 관세 환급 조항도 큰 이슈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시기적으로도 이번 추가 협상은 2007년 한 · 미간 첫 FTA 합의보다 더 큰 호재라는 평가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1.3%,기아차는 14.6% 각각 증가했다"며 "두 업체 모두 최근 가격 인상으로 일본 자동차와의 가격 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어 2.5%의 관세 면제는 예전보다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철폐 혜택이 없는 미국 현지공장 생산 비중은 기아차가 35% 수준으로 현대차(47%)보다 낮아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공급선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다변화하고 있는 부품업체들도 뚜렷한 수혜주로 꼽힌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종공업에 대해 "상반기 기준으로 반조립제품(CKD) 수출량의 미국 비중이 동종 업계에서 가장 높은 38.6%에 달한다"며 "한 · 미FTA 체결로 큰 수혜가 예상된다"고 추천했다. 미국 GM 포드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모비스한라공조 평화정공 동양기전 등도 수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섬유 · 패션 수출 증가도 기대

또 다른 수혜 업종은 섬유 · 패션 분야다. 산업연구원은 한 · 미 FTA 체결로 섬유제품의 대미 수출이 10년간 연평균 1억8300만달러 늘어나는 반면 수입은 2500만달러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강희승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산 원자재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며 "고급 섬유 활용도가 높은 한섬 LG패션 제일모직 등 의류 대기업들이 대표적 수혜주"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의류업체 생산공장이 대부분 중국 동남아 등에 포진해 관세 철폐 효과는 기대보다 작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 · 해운주는 양국 간 교역이 늘어나면서 물동량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가전 분야에서도 중장기적 호재가 예상됐다. 그러나 미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휴대폰 등은 이미 관세가 붙지 않고 TV 냉장고 세탁기 등도 관세가 1~5%에 머물러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 팀장은 "증시에서 비중이 높은 반도체와 금융,통신서비스 등에는 중립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조선업은 대형 선사들이 대부분 유럽에 있어 관계가 없다"며 "한 · 미 FTA 체결에 따른 시장 전체의 단기 상승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업종별로 옥석을 가려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