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간 큰 폭으로 반등했던 IT(정보기술)주들에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D램 3위 업체인 일본 엘피다의 감산발표로 메모리 업황의 바닥 도 달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더불어 IT패널 가격이 7개월만에 반등하면서 디스플레이 업황의 회복 국면 진입에 대한 기대감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메모리 바닥신호 증가 "바닥권 근접"

하나대투증권은 8일 가장 호전적이던 엘피다가 내년 시설투자(Capex)를 축소시킴과 더불어 감산까지 공식 언급하고 나섰다며 내년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D램 업황이 4분기중에 바닥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교보증권도 엘피다의 감산으로 D램 바닥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며 "세계 반도체 분야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전자하이닉스를 매수 해야 할 때"라고 권했다. 한화증권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D램 가격이 저점 찾기를 시작할 것"이라며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안성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선두업체인 삼성전자가 최대실적을 발표한지 일주일 만에 3위 업체가 감산발표를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며 "그 만큼 현재 후발업체의 체력이 약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당장 D램 가격하락이 멈추지는 않겠지만 저 PER(주가수익비율)에 매수해야 한다는 논리적 근거의 타당성은 입증된 셈"이라며 "서두루지 말고 저가매수에 주력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PC업체들의 무료 D램 업그레이드도 D램 재고 소진을 앞당길 전망이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면서 PC가격 대비 D램 예산 비중이 사실상 바닥권이라고 할 수 있는 5%대까지 하락했다"며 "이로 인해 HP, 델 등 메이저급 PC업체들이 무료 D램 업그레이드를 이미 시작했는데 이는 D램 재고 소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그는 "D램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나 하락폭은 원가절감률에 비해 크지 않아 분기 기준으로 실적은 4분기가 바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더해 내년 1분기에는 인텔의 신제품 효과까지 겹치면서 1분기부터 실적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IT패널 7개월만에 반등…"디스플레이, 회복 국면 진입"

디스플레이 업황은 반도체보다 먼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던 IT패널 가격이 7개월만에 반등하기 시작한 것.

디스플레이서치 조사에 따르면 11월 상반월 노트북용 패널과 모니터용 패널 가격이 각각 1달러씩 상승해 4월부터 지속된 패널가격 하락에서 상승 반전했다. 반면 TV 패널은 여전히 세트 업체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황준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4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패널가격이 7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하면서 업황이 바닥권을 통과하고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PC 세트 및 OEM 업체들이 그 동안 보수적인 재고 정책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패널 업체들의 감산으로 추가적인 패널 가격 하락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재고 확충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윤혁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 IT패널가격은 1~2 달러 수준의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TV패널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패널업체들의 월간 수익성 개선은 미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향후 패널가격 추세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단연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시작하는 미국 쇼핑 시즌의 LCD TV 판매"라며 "세트업체들의 연말 재고해소와 판매 목표치 달성을 위한 LCD TV 프로모션이 대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연말 LCD TV판매는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따라 TV 재고소진이 이뤄지고 빠르면 12월, 늦어도 1월부터는 춘절에 대비한 재고 구축 수요가 발생해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영증권은 LG디스플레이 주가의 PBR 추이는 패널가격 하락기에는 1배가 바닥, 패널가격 상승기에는 1.5배 수준이 고점이라며 패널가격 상승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PBR 배수도 현재의 1.2배 수준에서 1.5배까지 확대돼 주가는 2011년 BPS 3만3628원의 1.5배 수준인 5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중국 LCD공장 승인, AMOLED 5.5세대 투자는 LG디스플레이 벨류에이션 배수의 상향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돼, 추가적인 목표주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박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11월 IT패널가격 반등은 산업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테크업종 내에서 LCD 경기 회복이 가장 먼저 본격화될 전망이며 LCD 관련 주가도 이 시기부터 상승탄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IT株, 일단 '싸다'는 점이 매력

투자전략가들도 IT주가 또다시 주도주로 부상하는 것인가에는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만 하다고 조언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 내부적으로는 금리, 유가, 환율 등 매크로 가격변수들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가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고 주도 선수 교체에 따른 마찰적 요인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며 "당분간 IT와 은행처럼 싸보이는 업종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여러모로 부담이 덜해 보이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상대적으로 가격메리트가 높고 단기적인 주가상승 모멘텀을 보유한 업종에 대한 순환매 차원에서의 접근도 유효할 전망"이라며 "반도체는 엘피다의 감산을 계기로 2위군 업체들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가격과 공급측면에서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상대적인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