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진보는 세력이고 중도는 표"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우리 사회의 중간층인 중도가 다시 우리를 찍게 해야 재집권할 수 있다. 진보만으론 집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인세는 진보냐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무조건 반대하진 않는다. 기업이 부(富)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세율이 저해요소가 된다면 검토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취임 한 달 동안 현장을 누비고 다녔는데 느낀 점은.

"아직 여의도는 여의도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많다. 국민들은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고 말한다. 당의 이해관계를 앞세우지 말고 국민을 잘살게 하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그 속에서 전체적인 정치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

▼정치적으로 본인의 색깔을 어떻게 규정하나.

"자신과 남을 좌파니 우파니 정치적 색깔로 규정하는 게 우리 정치를 망친다고 본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바가 뭔지를 고민해야 한다. 난 스스로를 시대정신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손 대표가 말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게 진보의 핵심가치다. 그런데 진보만으로 안된다. 우리가 민주 민생 평화의 가치를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의 안정과 통합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을 끌어안지 않고 어떻게 집권할 수 있겠나. 모든 사람이 다 평등하게 살자는 건 훌륭한 이념가치는 될 수 있지만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표로 이어진다. 진보는 한마디로 세력이고 중도는 표다. "

▼여당 안에서 감세정책 철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데 손 대표의 입장은.

"법인세율을 어느 정도 해야 할지는 보수 ·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사회주의 하자는 게 아니지 않느냐.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고 산업생산력을 높인다면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감세와 국가재정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는 항상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복지의 사각지대가 많아 국가재원이 들어갈 데가 많은데 현 정부 감세의 경우 종부세 등 부자감세로 5년간 100조원의 세원이 줄어들게 만들어놨다. "

▼소득세 감세기조에는 반대한다는 의미인가.

"'부자감세'가 소비를 진작시킨다고들 주장하는데 한때 그런 일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론 견강부회다. 상위 소득층만 수혜를 누리고 일반 서민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미국에서도 감세정책은 부시 레이건 정부시절 모두 실패했다. 감세정책이 결국 작은 정부를 가져오는 것 같지만 재정적자를 크게 늘렸다. 서민들의 세금을 깎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친이계를 중심으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권 연장을 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찾는 동시에 정치적 논의의 프레임을 선점하려는 것 아니겠나. 개헌 얘기는 더 하기도 싫다. 아니,개헌이 밥 먹여주나. 서민생활이 좀 나아지길 하나,경제가 좋아지나. 국민들은 개헌에 관심이 없다. 그걸 이명박 대통령이 억지로 집어넣으려는 게 참 한심하고 답답하다. 대통령의 권력이 비대하다고 개헌을 얘기하는데 이 대통령은 권력분산을 논의할 자격이 없다. "

▼손 대표 지지율이 올랐다가 최근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이상할 게 없다. 지지율이 계속 천정부지로 올라가면 바로 추락할 것 아닌가. 민주당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지지율을 높일 것이다. "

▼야권통합과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과의 연대는.

"진보적 가치를 같이 추구하고 진정성 있는 연대활동으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말을 먼저 앞세우는 건 도움이 안된다. (유시민 전 장관 등 야권 인사와의 통합은) 언론으로서는 재미있는 얘기겠지만 거기에 대해 어떠한 방향으로 답을 해도 도움이 안된다. "

▼손 대표는 '세상을 향한 적개심이 없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쪽 측면만 본 것이다. 나는 역사를 붙들고 싸워 온 삶을 살았다. 끊임없이 오늘 우리가 이 시대에 해야 될 일이 뭔가를 고민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심을 갖는다. "

▼춘천 칩거 2년 동안 무슨 고민을 했나.

"어떻게 좀 버릴 수 있는 게 있을까 고민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버려지지 않고 비운다고 쉽게 비워지는 게 아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버려야 된다','비워야 된다'고 자기 세뇌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잘 안되더라.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지 말자,국민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자꾸 생각하자고 되뇌었다. "

▼2012년 대선의 최대 화두는 뭐라고 보는지.

"갈수록 심화되고 구조화되는 양극화가 큰 화두가 될 것이다. "

대담=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

정리=김형호/민지혜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