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돈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요즘 같은 유동성 장세는 5년에 한 번 올 정도로 흔한 경우가 아니다.

유동성 장세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한번 시작하면 주가가 빠르게 상승한다. 1988년의 경우 6개월 만에 주가가 52% 상승했고,2007년에도 8개월 동안 51%나 올랐다. 돈이 시장을 좌우하는 만큼 사람들이 기다릴 여유가 없다.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선 펀더멘털(내재가치) 약화가 문제되지 않는다. 유동성 장세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가 둔화되고 이익이 줄어도 시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돈의 힘이 모든 악재를 눌러버리기 때문이다.

2007년 중반 주가가 상승할 때도 경기가 둔화되고 금리인상이 계속되는 등 불리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3분기 기업실적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시장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있다.

유동성 장세는 주가가 크게 올라 자기 힘을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면 끝난다. 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을 회수하는 변화는 주가가 오르는 동안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 경기 둔화가 계속될 경우 주가와 펀더멘털의 격차가 벌어지는데 이 간극이 극대점에 도달하면 시장은 스스로 주저앉는다.

지금은 유동성 장세가 한창일 때다. 9월부터 시작됐으므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 이런 기세라면 상승장은 연말을 넘어 내년 1분기 정도까지 이어지고 주가 역시 사상 최고치를 넘어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 주가는 빠르게 원래 시작점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내년 2분기부터 이런 흐름이 시작될 것이다.

이미 시장의 성격과 주도주는 모두 정해졌다. 전략의 핵심은 2000선에 육박하는 시장에 뛰어들 것인가,지금 시장 주도주에 편승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종우 <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