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가 출범 15년 만에 방송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상파의 아류,B급 출연진,전문성 부족 등으로 질타받던 데서 벗어나 일부 분야에서는 지상파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만큼 성장했다.

올 들어 케이블TV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평균 시청률 4%를 넘어섰다. 프로야구 주요 경기들도 3%를 웃돌았다.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는 3.51%를 기록했고 엠넷의 '슈퍼스타K'는 케이블TV 사상 최고치인 18%까지 솟구치며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들을 압도했다. 시청률 1%면 대박으로 여겨지던 케이블TV 프로그램의 기준도 바뀌게 됐다.

뿐만 아니다. MBC 등 지상파 채널들이 '슈퍼스타 K'와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방송할 채비에 바쁘다. 지상파에서 활동하던 신동엽 이경규 백지연 김성주 박미선 등은 케이블TV로 둥지를 옮겼다. 송창의 CJ미디어 본부장은 "그동안 쌓인 제작 노하우와 꾸준한 투자가 올 들어 폭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케이블TV가 지상파 채널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명 인사들 케이블로 대이동

지상파의 스타 PD와 실력파 제작진이 케이블TV로 이동 중이다. 5일 밤 11시 처음 방송된 tvN의 코믹드라마 '생초리'는 지상파 화제작 '순풍 산부인과''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유명한 김병욱 PD가 기획했다. OCN이 다음 달 방송하는 액션사극 '야차 프로젝트'는 '다모'의 정형수 작가,'역도산'의 구동회 작가가 함께 집필하고 있다. 두 드라마의 총 제작비는 각각 30억원을 훌쩍 넘었다. 이는 지상파 드라마와 맞먹는 규모다.

인기 개그맨들도 케이블TV로 옮겼다. tvN 오락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에서는 이경규,김구라,김성주가 빅3 MC로 자리잡았다. 이들의 막강한 파워에 힘입어 이 프로그램은 9주 연속 시청률 1위를 달렸다. '러브 스위치'에도 이경규와 신동엽이 출연해 9주 연속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9월부터 스토리온의 '토크&시티 시즌4' MC로 나선 탤런트 윤해영은 데뷔 17년 만에 케이블TV에 첫 출연한 케이스.그는 이 프로에서 30~40대 여성들에게 최신 패션,뷰티,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정보를 전달한다. 스토리온의 '영재의 비법 시즌2'에서는 인기 배우 신애라가 MC로 활동 중이다. 또 '친절한 미선씨'에서는 개그맨 박미선과 이성미가 명콤비 MC로 자리를 굳혔다. 이 프로그램은 '1%의 특별한 여성'들이 출연해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토크쇼다.

◆지상파가 프로그램 베끼기 경쟁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 프로그램 재방송 채널로 여겨지기도 했다. '동물농장''무한도전' 등 인기 프로그램이 연간 50~100번씩 케이블TV에서 재방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지상파가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을 베끼는 사례가 생겨났다.

'슈퍼스타K'가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MBC는 최고의 아이돌을 뽑겠다며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을 이달 중 방송한다. SBS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개그 콘서트'도 '슈퍼스타K'를 패러디한 코너를 마련했다.

시즌4까지 등장한 스토리온의 '다이어트 워'는 비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다이어트 대결을 그린 리얼리티쇼.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지난 4~8월 다이어트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의 얘기인 '다이어트 킹' 코너를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의 트레이너는 '다이어트 워' 시즌2와 시즌3에 참여했던 숀 리였다.

MBC '무한도전'은 6명의 멤버들이 정해진 컨셉트에 따라 화보 촬영을 진행한 뒤 심사를 받는 '도전! 달력모델' 코너를 방송하고 있다. 이는 온스타일의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를 패러디한 것.'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의 MC 장윤주와 심사위원 우종완이 이 코너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앞서 '무한도전'은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를 패러디한 코너를 내보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