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글로벌 유동성 랠리의 원천이 돼온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의 뚜껑이 열렸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전체 유동성 공급 규모는 최대 9000억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충족시키는 수준이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6.53포인트(0.34%) 오른 1942.50에 마감,하루 만에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까지는 불과 57.5포인트를 남겨뒀다.

양적완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이제 시장의 관심은 국내외 실물경기 흐름으로 이동할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해 국내외 경기모멘텀이 살아날 경우 정보기술(IT)주와 금융주가 반등에 나설 것이란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유동성 랠리 지속될 것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날 종가 대비 0.29% 오른 1941.56으로 출발했다. 외국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매수 강도를 강화해 총 326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수 상승의 '1등 공신'은 IT주와 금융주였다. 삼성전자(3.11%) LG디스플레이(3.03%) 하이닉스(5.28%) 등 IT 블루칩들이 모처럼 동반 급등했고,신한지주(1.27%) 기업은행(3.41%) 외환은행(3.52%) 등 금융주의 강세도 돋보였다.

이날 코스피 상승폭(0.34%)은 일본 닛케이지수(2.17%),중국 상하이종합지수(1.85%)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전날 1% 가까이 올라 양적완화 효과를 선반영한 면이 있다"며 "오히려 소폭 조정을 받을 시점인데도 이 정도 올랐다는 것은 시장이 상당히 견조하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1차 양적완화 정책은 전체 규모가 1조7000억달러였지만 국채 매입은 3000억달러였던 데 비해 이번에는 최대 9000억달러가 국채 매입에 투입돼 강도가 더 세다"며 "선진국의 풍부한 유동성이 한국 등 신흥국 증시로 유입되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모멘텀 강화 땐 IT · 금융주 관심

양적완화라는 '재료'가 노출됨에 따라 향후 상승 엔진도 서서히 바뀔 것이란 지적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유동성 랠리의 지속 여부는 앞으로 경기 회복이 얼마나 빨리 가시화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5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의 10월 고용지표와 월말에 나올 중국의 10월 경기선행지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양적완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미국 가계의 대출과 고용이 회복되느냐가 글로벌 증시의 큰 흐름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의 관심이 실물경기 회복으로 이동하면 IT · 금융주가 다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오 팀장은 "증시가 국내외 경기반등 기대감을 선반영하게 되면 경기민감주인 IT주와 금융주가 가장 유망하다"고 지적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코스피지수가 그동안 많이 올라 상승폭이 다소 제한적일 수 있지만 가격 부담이 덜한 IT · 금융주가 주도하는 주도업종 변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있다. 김세중 팀장은 "IT주와 금융주의 강세는 업종별 순환매에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이 짙다"며 "IT주의 상승 추세 전환을 논하기엔 아직 이른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