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선 "지도부가 교통정리를 확실히 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자동차나 쇠고기 부분을 양보하는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야당 책임론도 불거질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한 · 미 FTA특별위원회가 보고한 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위는 △기존 당론인 선대책 후비준(재협상 반대) △독소조항 제거 위한 재협상 △금융위기 등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한 · 미 FTA 폐기 등 3가지 복수안을 선택,지도부에 보고했다. 세 안 중 어느 것을 당론으로 택할지를 두고는 지도부뿐 아니라 의원들의 의견도 제각각이다.

이날 의총에서 발언에 나선 최인기 의원은 '재협상 반대'입장을 개진한 반면 최규성 의원은 'FTA 폐기'를 주장했다. 이종걸 의원은 '독소조항 수정+FTA폐기'를 촉구했다.

지도부 안에서도 정세균 최고위원 중심의 재협상 반대파와 정동영 박주선 이인영 조배숙 최고위원 등의 재협상파로 나뉘어진 상태다. 손학규 대표는 특위 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추가협상이든 부속문서 협상이든 자동차,쇠고기 부문에서 추가 양보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 이견으로 민주당은 이날 밀실협상 공개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해임촉구만 결의했다. 당론 결정은 내주로 미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한 · 미 FTA 재협상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손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의원은 "야당 대표가 민감한 FTA에 대한 입장 표명없이 결론이 나기 어려운 의총에 당론을 맡기는 것은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며 "당내 혼란 방지를 위해서라도 지도부가 조속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