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한 · 미,한 · 일,한 · 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한 · 미 FTA 합의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 내용을 소개하고 "FTA를 합의해 양국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한 · 미 양국과 관련될 뿐 아니라 세계에 주는 영향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FTA가 발효되면 양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한국과 미국에 일자리를 더 창출하고 국내총생산(GDP)에 매우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자동차 부문 등에 불만을 표출하며 비준을 하지 않고 있는 미국 의회를 겨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한 · 미 동맹이란 특별한 관계가 있다"며 "(FTA는) 양국이 이미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 복잡할 것은 없다. G20 서울 정상회의 이전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 · 미 FTA 실무협의 마무리를 위해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4,5일 이틀간 한국을 방문해 최석영 FTA 교섭대표와 회의를 갖는다. 한 · 미 FTA 쟁점 현안에 대한 미국 측 요구사항이 구체적으로 한국 측에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주 초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USTR 대표가 회의를 열어 최종 타결하고 이를 11일 예정된 한 · 미 정상회담에 보고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일본과의 FTA에 대해선 필요성은 인정하되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한 · 중 · 일은 농산물이나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예민한 부분이 있다"며 "이 분야가 각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정서적,정치적으로 많은 영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넘어서(FTA를) 추진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농산물 때문에,한국은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일본도 어떻게 하면 한국과 함께 '윈-윈'할 수 있느냐(를 염두에 둬야 하고),일본의 이익만 생각하면 될 수 없다"며 "양국이 공정하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논의하면 예상외로 빨리 (FTA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한 · 중 · 일 3개국이 동시에 FTA를 하는 것이 더 쉬울지,양자 간에 하는 것이 더 좋을지는 2012년까지 함께 검토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